“걱정은 되지만 걸릴 사람만 걸리는 ‘복불복’이라고 생각해요.”
‘불금’(불타는 금요일·휴일을 앞둔 금요일을 의미)에서 이어진 21일 자정을 넘긴 오전 1시. 서울 서초구 신사역 인근의 한 클럽 앞에서 만난 김모(28)씨는 “클럽 안에도 우리처럼 마스크 끼고 노는 사람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슷한 시각, 클럽 정문에서부터 20여명의 젊은 남녀가 3주간 문을 닫았던 이 클럽에 들어서기 위해 골목길을 따라 길게 줄을 섰다.
이곳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떨어진 클럽으로 옮겨간다던 이모(20·여)씨는 지난달 대구에 있는 친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친구의 감염 소식에 “무서워서 한두 달을 클럽에 안 왔다”면서도 “몸이 근질근질해 더는 집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클럽과 같은 유흥업소에 20~30대 젊은 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말 동안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홍대, 이태원, 강남 등 클럽 밀집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잠시 멈춰 섰던 클럽 운영이 속속 재개되면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일부 대형 클럽의 경우 열화상 카메라를 동원해 입장객 발열검사를 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업소가 마스크 착용 확인, 방문객 명부 작성 등 정부가 권고한 대응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다중밀집지역 시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날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도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비껴간 듯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일부 대형 클럽들은 구청의 요청에 따라 휴업에 나섰지만, 좁은 면적에 다수 인원이 밀집하는 중·소형 클럽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이태원 번화가에 있는 한 유명 클럽은 이용객들에게 입장 전 신분증만 확인할 뿐 발열검사를 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이 아무런 제지 없이 클럽 내부로 입장하기도 했다.
내부 역시 감염에 취약한 상황이었다. 방음을 위해 설치된 두꺼운 문에 이어 지하 출입문을 통과하자 좁은 실내 공간에서 춤을 추는 40여명이 있었다. 특히 DJ가 있는 스테이지 앞에 사람들이 몰렸다. 사람 간 1∼2m를 유지하라는 정부 지침이 무색할 만큼 ‘밀접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절반 정도는 턱에 걸치거나 아예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건 서울 마포구 홍대클럽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이달 초부터 이어진 임시휴업을 마친 일부 클럽들이 문을 열면서, 클럽거리에는 다시 활기가 돌았다. 헌팅포차와 감성주점 등 다수가 밀집하는 업장 앞에도 30~40명의 청년이 긴 줄을 늘어선 채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홍대의 한 클럽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문을 닫았었지만, 생계 문제도 있기 때문에 계속 문을 닫을 수 없어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며 “구청에서 요청한 발열 체크와, 방문객 정보 확보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럽을 찾는 이들의 안전 불감증과 달리 전체 확진자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6.93%(22일 0시기준)로 가장 많다. 또 이들은 건강에 치명적인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으로 젊은 층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구 지역 확진자 중 26세 환자 1명이 최근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증상이 악화해 현재 중증 상태에 빠졌다.
집단감염이 지속해서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지난 21일 유흥·종교시설, 일부 체육시설에 대한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유흥시설에 대한 휴업을 권장한 서울시도 지난주부터 시설점검을 주 1회에서 2회로 강화했다. 서울시 식품정책과 관계자는 “사업장 자체 소독, 확진자 발생 시 역학조사에 사용할 이용객 명부 작성 등 다중집합시설 방역지침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민·이강진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