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년 만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으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거론되는 재난소득이 포함될 경우 1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블룸버그가 경제분석기관 및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이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33%로 집계됐다. 이 확률은 지난 1월까지만 하더라도 18%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2월 20%, 3월 33%로 급상승하고 있다.
14개 경제분석기관 및 IB의 전 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성장률 가중평균치는 -0.9%였다. 노무라증권이 -3.7%로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했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1.4%)와 바클레이스(-1.3%)가 그 뒤를 이었다. 1분기 역성장은 정부도 가능성을 인정한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1분기 성장률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본다면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악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아시아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며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낮췄다. 한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5.1%)뿐이다. 이외 43개 기관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가중평균은 1.6%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2차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당·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고민하는 정부는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과 512조원 규모의 본예산 집행률 제고가 우선이라며 2차 추경에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려면 1차 추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당·청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글로벌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2차 추경의 필요성이 계속 높아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추경 통과 전날인 지난 16일 “코로나19 대책은 이번 추경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상황이 오래갈 경우 제2, 제3의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2차 추경’ 편성 가능성을 내비쳤다. 2차 추경 논의는 총선(4월15일) 후인 오는 5월이 유력하다. 2000년대 들어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불과했던 2차 추경은 모두 10월에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상반기 편성 가능성이 크다.
2차 추경 규모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거론되는 재난소득 포함 여부와 적용 범위가 큰 변수로 꼽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 대한 추가 지원과 소비 진작책 등 경기부양 대책도 포함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전체 규모가 1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최근 재난소득에 대해 향후 국내외 경제 상황, 지자체 차원의 노력, 국민 수용도 등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약계층 등 1000만명에게 50만원씩 주면 5조원,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씩 주면 51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