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아직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지난 2월 초. 코로나19 기사 댓글에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다. “중국은 지구 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중국인 입국 금지하고, 우리나라에 있는 짱X들 전부 추방해라” 등의 혐오 발언이 아무런 제재 없이 퍼져나갔다. 감염병 문제를 넘어 중국인, 조선족에 대한 경멸과 멸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해나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혐오의 강도는 거세진다. 외부의 위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분출구를 찾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경우 초기 중국 정부의 미흡한 대처 등이 더해지면서 중국과 중국인 전체에 대한 혐오 광풍이 거세게 불었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월18일부터 2월17일까지 한 달간 뉴스와 트위터, 블로그, 인스타그램에서 ‘중국 혐오’ 언급량은 4876건에 달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2019년 12월18일∼ 2020년 1월17일) 언급량(19건)의 256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중국’을 키워드로 한 연관어도 극단적인 변화를 보였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고맙다’, ‘도움’, ‘좋은’ 등의 긍정적 단어가 중국 연관어로 집계됐지만, 한 달 만에 ‘감염’, ‘안타깝다’, ‘혐오’, ‘공포’ 등의 부정어 일색으로 변했다.
외국인 혐오는 비단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8년 500명가량의 예멘 난민이 제주를 찾았을 때도 혐오는 들끓었다. 당시 SNS에는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거나 무슬림과 테러리스트를 동일시하는 종교적 차별 발언 등이 이어졌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가짜뉴스와 함께 혐오가 퍼져나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무슬림 혐오와 함께 여성 혐오도 확산했다. 이 외에도 2015년 ‘박춘풍 사건’, 2012년 ‘우위안춘 사건’ 때는 조선족 혐오가 넘쳐났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개인의 범죄나 사회적 사건·사고로 인해 특정 집단 전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만 놓고 보면 우리가 혐오의 주체가 될 수도 있고, 언제든지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제노포비아 문제를 다룬 ‘한국인의 외국인 혐오증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제노포비아의 원인이 상대방에 대한 접촉 부족에서 오는 이해의 결여, 기득권에 대한 침해의 우려,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 등의 복합적 결과라고 봤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법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