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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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도 여전한 음주운전 [김기자의 “이건 아니잖아요”]

[편집자주] 세상을 살다 보면, 참 별난 일이 많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겪고도, 속앓이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그래서 독자 여러분이 ‘하소연’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특히 소외된 곳에서 누구에게 말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들의 말씀에 귀기울이겠습니다. 사연이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007@segye.com)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이 시국에도 줄지 않는 음주운전

 

#1. 남성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멤버 환희(38·본명 황윤석)는 지난 21일 음주운전(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일 오전 6시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의 벤츠 차량을 운전한 혐의다. 적발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61%였다.

그룹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멤버 환희. 환희 공식홈페이지

황씨는 음주운전 도중 옆 차로에서 차선변경을 하던 아반떼 차량에 부딪혀 보험처리를 하던 중 그를 수상히 여긴 보험회사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우선 황씨를 불구속 입건했고 이번 주 중 재소환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그의 소속사는 “변명의 여지 없이 명백한 잘못”이라며 “향후 수사 과정에도 성실히 임할 예정이며, 그에 따른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2. 지난 12일 오전 1시쯤 광주 북구 연제지하차도 옆에서는 그랜저 차량이 가로수를 1차 충격하고, 교통표지판 지주대를 잇달아 들이받아 차체가 두 동강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일 3명의 탑승자가 숨졌고, 2명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경찰은 지문과 DNA 감식으로 운전자의 신원을 밝혀내고, 사망자들의 혈액을 국과수에 보내 음주 여부 등을 수사했다.

광주 북부소방서 제공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혈액 감식 결과 지하차도 입구에서 급격히 차선을 변경하다 충돌사고를 낸 차량의 운전자는 술을 마신 것으로 분석됐다. 운전자는 20대 남성으로 렌터카 회사의 직원으로 밝혀졌고,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위드마크 공식(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면허정지’ 수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3. 지난 22일 충북 청주에서는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사망사고를 내고 달아나기까지 한 A(28)씨에 대해 경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전날 오후 11시23분쯤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의 한 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머리 등을 크게 다친 오토바이 운전자 B(33)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목격자 신고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A씨를 붙잡았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79%였다.

 

지난 17일 충북 진천에서는 만취 상태로 도로를 역주행하던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충북 진천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C(34·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C씨는 지난 14일 오후 11시4분쯤 진천군 문백면 한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46% 상태로 약 6㎞ 가량 역주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건 아니잖아요.”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감염 우려로 기존의 검문식 음주단속은 지양하고 음주운전 의심 차량만 선별 단속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는 경찰이 지나가는 모든 차량을 붙잡아서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했지만, 지금은 이상 신호를 보이는 운전자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일까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더욱 성숙한 시민의식이 강조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악용해 음주운전을 하는 이들이 여전합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에 전체적으로 차량의 유동량은 상당히 줄었지만, 음주운전 관련 사고는 여전하다”며 “결국 음주운전은 습관이고 하는 사람이 계속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습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음주사고는 전년 동기 2188건에서 2669건으로 22%(481건)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음주단속이 지난해 1만7811회에서 올해 1만5544회로 12.7%(2267회) 줄었음에도 음주사고는 늘어난 겁니다. 그나마 다행히 음주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51명에서 44명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음주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코로나19 감염을 대비한 선별적 단속 체계는 유지하되, 방역과 단속효과를 감안한 실효적 음주운전 예방 및 단속 사례를 발굴해 전국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지그재그형 단속’ 및 ‘점프식 이동 단속’을 적극 활용한 음주단속을 통해 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할 것”이라며 “유흥가·식당가 주변에서 안전경고등‧라바콘 등을 활용하여 S자형으로 서행을 유도하고,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선별적으로 단속하며 수시로 장소를 이동하여 경각심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경찰의 이같은 대책보다도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음주운전이 언제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는 운전자들의 자각이 아닐까 합니다. 음주운전 사고는 본인만이 아닌 타인에게도 치명적인 불행을 안길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의 피해자가 자기의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까요? 음주운전 단속 여부와 상관없이 한 잔의 술이라도 마셨다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습관을 들이고, 술을 마셨을 때는 가장 싼 것이 대리운전이라는 사실을 늘 상기했으면 합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