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의 ‘큰 손’인 A대부업체의 김모 대표는 “김모(46) 전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 회장이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할 때 다른 회사와 함께 김 전 회장 계좌에 200억원을 예치(대부)해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3일 세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라임 사태의 실질적 ‘전주(錢主)’이자 ‘설계자’라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이같이 반박했다.
김 대표는 ‘현재 스타모빌리티를 김 대표 측 인물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 명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자신과 청와대 고위관계자들 간 친분설에 대해서도 “나는 청와대에 있다고 하면 거리를 둔다. 아는 분들도 있지만 청와대에 있으면 안 본다. 그 형들이랑 어울리면 항상 시끄럽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자신과 ‘라임 사태’와 관련에 대해 “김 전 회장이 2018년 12월 중순쯤 찾아왔다”며 “그 뒤로 김 전 회장에게 5, 6회가량, 적게는 40억~50억원, 많게는 100억원을 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이 무일푼이 아니고 상당한 돈을 가지고 내게 찾아왔다”며 “지나고 나서 보니 그 돈은 모 운수업체에서 횡령한 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 관계자는 “김 대표가 김 전 회장과 어울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며 “김 전 회장에게 자본이 있었다면 사채업자인 김 대표에게 돈을 빌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김 전 회장이 지난해 (라임 관련 회사로 부동산사업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을 통해)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하겠다’며 자기가 지정하는 법무법인에 200억원을 예치해 달라고 해 나와 다른 업체가 연합해 200억원을 예치해 줬다”고 말했다. 당시 메트로폴리탄은 지난해 11월 인수대금 200억원에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재향군인회 내부에서 메트로폴리탄이 라임과 관련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재향군인회는 메트로폴리탄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하고 공개매각으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상조회가 공개매각으로 전환된 뒤에는 자신의 돈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공개매각으로 전환된 뒤에는) 김 전 회장이 ‘200억원을 갖고 있다. 100억원만 빌려 달라’고 하길래 내가 다른 업체를 소개해 줘 320억원을 맞춰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김 전 회장 측이 내건 계약금 32억원에 대해 “다 지나고 보니 32억원은 우리 돈이었던 것 같다”며 “우리가 주식으로 환산하면 50억원 정도 되는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를 담보로 32억원을 꿔준 적이 있는데 그 당시까지 변제가 안 됐던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라임의 자체 자금 200억원과 타 대부업체의 100억원, 김 대표의 돈으로 추정되는 32억원이 인수자금으로 사용됐다는 게 김 대표의 얘기다.
박현준·김청윤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