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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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부담 '껑충'…서울 '반전세' 늘어나나?

"은행 이자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고, 보유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전세금 이자보다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보다 월세·반전세 물건이 늘었어요."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시장과 관련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이 대표는 "최근 공시가격 상승에도 주택을 팔기보다는 월세나 반전세로 바꿔서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며 "전세계약을 연장할 때 월세가 포함된 반전세 계약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한 집주인들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집값 급등 진원지인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보다 월세나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준전세) 매물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울 전세시장에서 반전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계약일 기준)는 총 8769건을 기록했다. 지난 1월 1만709건보다 약 1940건(22%)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같은 기간 반전세(준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되레 늘었다. 1월 전체 11%(1248건)에서 2월 13%(1146건)로 약 2% 증가했다. 전월세 거래 건수는 세입자의 전입신고 등 전월세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지난달 계약을 체결하고, 아직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계약 건이 등록되면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금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의 월세·반전세 선호 현상이 더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로 전세금을 올려주기 어려워진 임차인도 어쩔 수 없이 반전세를 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서울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14.75% 올랐다. 강남구는 25.5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서초구(22.57%), 송파구(18.45%), 양천구(18.36%), 영등포구(16.81%) 등이 뒤를 이었다. 시세 9∼15억원은 70%,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의 현실화율 목표를 설정하고, 현실화율이 낮은 주택의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인해 고가주택·다주택 소유자의 주택 보유세가 크게 오르면서 전세 수요가 풍부한 강남지역 집주인들이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보다 더 오른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오는 4월말 최종 결정되면 집주인들의 월세나 반전세 선호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저 수준인 시중 금리도 월세나 반전세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0.75%로 0.5%p(포인트) 내렸다. 현재와 같이 저금리 기조에서는 전세금을 올리는 것보다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것이 더 유리하다.

 

게다가 종부세율도 상향 조정되면서 월세나 반전세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율은 구간별로 0.1∼0.3%p올라 1주택자의 경우 과표에 따라 0.6%(3억원 이하)에서 0.8%(3억∼6억), 1.2%(6억~12억), 1.6%(12억~50억), 2.2%(50억~94억), 3.0%(94억 초과)로 각각 0.1%p에서 0.3%p씩 조정된다.

 

또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0.2%p에서 0.8%p로 종부세율이 인상폭이 더 크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세부담 상한도 200%에서 300%로 올라간다.

 

주택시장에서 보유세 부담 증가가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세 물건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나 반전세 물건을 찾거나, 소득의 대부분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이른바 '렌트푸어'가 양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으로 집주인들의 월세나 반전세 선호 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으로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강남지역에서는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나 반전세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의 임대료에 전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전세 매물이 워낙 적은 상황에서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반전세라도 입주하려는 세입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전세에 익숙한 세입자 입장에서 월세나 반전세는 주거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