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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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면 사람도 쏠 수 있어” ‘‘n번방 신상 공개’ 조주빈 과거 방송서 ‘마약·사채업자’ 행세했다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원이 지난 23일 언론에 공개됐다. 사진은 SBS에서 보도한 조주빈의 모습.연합뉴스


미성년자 등 피해자에게 협박을 통한 성 착취물을 촬영하게 한 후 이를 유료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일명 ‘텔레그램n번방 사건’의 ‘박사방’ 운영자의 실명이 조주빈(25세 남성)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진 가운데, 조씨가 과거 그를 추적하는 복수의 시사 프로 제작진과 나눈 대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 대화와 조씨는 자신을 ‘마약·사채업자 및 흥신소 직원 등 범죄자’로 소개했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방송된 JTBC 탐사보도프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당시까지 활동 중이던 ‘박사(조씨)’에 대한 50일간의 추적기 ‘텔레지옥 박사Q 찾아서!’가 전파를 탔다.

 

JTBC 탐사보도프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지난달 20일 오후 일명 ‘텔레지옥’이라 불리는 텔레그램 성착취의 실태에 대한 50일 간의 추적기를 방영했다. 사진=JTBC‘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갈무리 

 

당시 방송에서 조씨는 제작진에게 직접 비밀 메신저 대화를 걸어 자신의 신상을 “마약, 사채업자, 흥신소 직원 등을 했던 범죄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나는 절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채팅방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별 이유 없다.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 성 착취물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 “선생, 나 혼자만의 취향이 아니다. 나는 성적 취향이 크게 없다. 소비자들의 취향이다. 내 자료는 내가 만드는 게 아닌 소비자들의 취향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조씨는 이 같은 일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돈이 안 되면 위험부담을 하면서까지 일을 벌일 필요 없다”면서 “돈이 안 되면 끝인 것”이라고도 덧붙이며, 자신의 범죄 행각이 맹목적으로 ‘돈’을 벌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갈무리


1월17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 ‘궁금한 이야기 Y’에서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추적했으며, 취재과정에서 제작진은 박사(조씨)의 새로운 방이 생겼다는 제보를 받고 그에게 접근했다. 당시 조씨는 채팅에서 제작진에 “돈벌이가 되겠다 싶어서 저는 사업가니까 수익 창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일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피디(PD)님이라면 얼마를 주면 사람을 쏘겠냐. 저는 이익이 있다면 과감히 쏜다”면서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조씨는 “저는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성격 장애를 가진 정신질환자)도 아니고 죄책감이 있다”라면서도 “박사 관련 방송이 나가면 SBS에 한 여성이 가서 뛰어내리든 분신을 하든 할 것”이라고 제작진을 협박했다. 

 

지난 23일 오후 SBS 8뉴스는 조씨가 수도권의 한 대학을 졸업한 조주빈(25)씨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SBS'8뉴스' 갈무리

 

한편, 지난 23일 오후 SBS 메인 뉴스 프로 ‘8뉴스’는 조씨를 조주빈으로 특정하며, 그가 수도권의 한 전문대학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한 25세라고 보도했다. 그는 대학 재학 당시 학보사에서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18년 12월부터 이달까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했다. 그는 고액 아르바이트 등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냈다. 이를 빌미로 삼아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했으며, 박사방에 후원금 명목으로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150만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받은 뒤 단계별 대화방에 입장시켜 성 착취물을 제공했다. 해당 대화방 참여자는 최고 1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씨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조씨가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막대한 규모로 예상된다. 그의 주거지에선 최근 경찰 자택 압수수색에서 가상화폐로 받은 입장료를 환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 1억3000만원이 발견됐다.

 

조씨는 박사방에서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회원들을 직원으로 호칭해 자금세탁, 성 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의 역할을 맡겼으며, 성폭행을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검거된 공범 13명 중 4명은 검찰에 구속송치 됐다.

 

이들은 현재 아동음란물 제작과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개인정보 제공,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24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얼굴, 실명, 나이 등 신상정보를 일반에 공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