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출생아 수 28만명대를 예상한다. 내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혼인과 출산을 미루면서 26만명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인구정책 연구센터장인 조영태 교수는 25일 올해와 내년의 출생아 수가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가 출생아 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에서 현재 수준의 출산율을 고려한 ‘중위추계’ 기준으로 올해 출생아 수 29만2000명, 내년도 출생아 수 29만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통계청이 이날 내놓은 1월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 추이가 지속한다면 올해 출생아 수 30만명대가 무너지는 동시에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인구절벽’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중위추계 기준으로 올해 자연증가인구는 마이너스 3만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3만명이 많다는 의미다. 현재보다 낮은 수준의 출산율 등을 가정한 ‘저위 추계’에서는 마이너스 8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외국에서 유입되는 인구 영향으로 당장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데 따른 출생·사망 기준 인구자연감소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초고속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유년층은 급격히 줄고 고령층은 급격히 늘어나는 데 따른 ‘고령사회’의 단면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인구 비율 7%를 넘기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2017년 고령사회(14%)에 진입했다. 통계청 전망대로라면 고령사회가 된 지 8년 만인 2025년 초고령사회(20%)에 진입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당장 일할 사람이 주는 것을 뜻한다.
중위추계 기준 올해 총인구 대비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72.1%다. 2025년에는 69.1%로 70%대가 무너지고, 20년 뒤인 2040년에는 56.3%로 50%대에 들어선다. 다시 10년 뒤인 2050년에는 총인구 대비 생산연령인구 비율이 50.1%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구 두 명 중 한 명은 15세 미만 유소년이거나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과거 노동력이 경제성장률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앞으로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오히려 노동력의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진다.
저출산 고령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인구정책을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 보육의 어려움이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이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것은 과도한 경쟁구도 속에서 출산할 만큼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이라며 “당장 내년만 내다보는 저출산 정책이 아니라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긴 호흡으로 저출산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