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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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슈퍼부양책’ 통과됐지만… 경기침체 해소엔 역부족 예상

상원, 2조弗대 ‘패키지법안’ 가결 / GDP의 10% 넘어서 사상 최대규모 / 정부·연준, 경제살리기 총력에도 / 뉴욕 등 사실상 경제활동 중단돼 / 실업 수십만명·자영업 폐업 속출 / 실업수당 신청 300만∼400만건 / 한주새 14배 늘어 역대 최다 될 듯 / 코로나 불투명 탓 경제 ‘시계제로’
만장일치 통과 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책을 담은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이 25일(현지시간) 상원에서 만장일치(찬성 96표, 반대 0표)로 통과됐음을 알리는 결과가 방송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해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 법안의 예산은 미국 연방정부의 한 해 예산(4조4500억달러)의 절반에 달하고 미국 국내총생산(GDP·20조달러)의 10%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럼에도 이번 조처로 경기침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 법안으로 해고된 근로자, 소규모 기업, 병원, 지방 정부 등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은 좋은 뉴스이나, 이것으로 경기 침체를 막기는 어렵다는 점이 나쁜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정부의 재정정책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동시에 동원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연준은 제로 금리 정책을 도입하고, 헬리콥터에서 살포하듯 현금을 찍어 시장에 공급하는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WP는 “1930년대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 83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2009년에 가서야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 효과가 반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그때와 달리 신속하게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규모도 2배 이상 늘렸다. 정부가 성인 1인당 1200달러, 아동 1인당 500달러의 현금을 나눠주고, 해고 근로자는 4개월치 실업수당을 받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전 국민의 절반가량이 자택 대피령을 받고 있다. 뉴욕 등 대도시에서 경제 활동이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수십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자영업자들이 폐업 사태에 직면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미국에서 14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는 미국 전체 일자리의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주요 외신은 지난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00만∼400만건에 달해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26일 내놨다. 직전 한 주 동안과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최대 14배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가장 심했던 때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가 지원금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나눠주기가 어렵고, 중·소규모 업체에 배당된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언제 수그러들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경기부양 패키지는 당면한 현실에 비춰볼 때 절대 충분하지 않다”며 “현 사태가 올여름까지 계속되면 또 한 번 경기부양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부양책으로 잘해야 몇 달을 버틸 수 있을 뿐이고, 그 이후 경제 진로는 ‘시계 제로’라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6일 NBC 뉴스 ‘투데이 쇼’ 인터뷰에서 “미국이 현재 경기침체에 들어간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조치를 취하겠다. 실탄(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수단)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