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 중학생들에게 딸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혀 누리꾼의 공분을 자아낸 청와대 국민청원 글과 관련해, 해당 사건의 가해자들은 이미 다른 학교로 전학조치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가해 학생들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 학생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A중학교가 지난 1월3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B군 등 2명의 전학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이나 협박도 모두 금지하고, 사흘간 출석 정지도 조치했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에게는 심리상담과 함께 치료를 위한 요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사건은 전날(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늘 너 킬(KILL)한다며 술을 먹이고 제 딸을 합동 강간한 미성년자들을 고발합니다’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온 뒤, 서명 인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널리 알려졌다.
피해 여학생의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글에서 “지난해 12월23일 새벽 1시쯤 가해자 두 명이 제 딸과 친한 남자 후배를 불러서 딸을 불러내라고 강요했다”며 “딸은 자신이 나가지 않으면 그 후배가 형들한테 맞는다고 생각해 (다른) 친구에게 전화로 ‘무슨 일이 생기면 112에 신고해달라’고 한 뒤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오늘 너 킬 한다’며 제 딸에게 술을 먹인 뒤 얼굴을 때리고 가위바위보를 해 순서를 정한 뒤 강간했다”며 “이 사건으로 제 딸은 정형외과에서 전치 3주, 산부인과에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가해자들은 특수준강간상해라는 중죄를 지은 성범죄자들”이라며 “법에 근거해 반드시 10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의 엄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린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상습적이고 악질적인 범죄자를 보호하는 소년보호처분 체계는 반드시 정비되어야 한다”며 “성폭력 피해자에게 이어지는 계속되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학생을 불러내는 데 동원된 ‘후배’는 서면 사과문을 피해 학생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에는 이날 오후 5시를 기준으로 14만5000여명이 서명했으며, 참여인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학교 측 조치와 별도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B군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과 피해 여학생을 각자의 부모가 동석한 가운데 조사했으며 B군 등의 DNA를 채취해 검사 중이다. B군 등은 경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