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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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뚝뚝 끊긴 화면으로 수업… 실습도 못해

분통만 터지는 수백만원짜리 온라인 강의 / 코로나19 비상 - 대학가 비대면 강의 불만 속출 / 학생들, 수업 질 저하 비판 목소리 / 저작권 문제로 자료 공유도 못해 / 유튜브 영상 링크로 대체하기도 / 경희대 운영위, 등록금 재논의 요구 / 정치권도 학교 미집행금 반환 촉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하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가 한산하다. 뉴스1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 다니는 서모(23)씨는 지난주 전공과목 온라인 수업을 듣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60대 중반인 교수가 진행하는 실시간 강의가 교수의 기기 조작 미숙으로 취소된 것이다. 마이크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화면을 튼 채로 30분간 쩔쩔매던 교수는 결국 그날 강의를 과제로 대체하겠다며 수업을 종료했다.

 

문제는 이처럼 황당하게 강의 손실이 발생하는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른 전공강의에서는 교수가 음향이 나오지 않는 동영상을 튼 채로 문제를 인지하지 못해 학생들이 20여분간 소리 없는 자료화면을 봐야만 했다. 연결 문제 등으로 교수의 음성이 뚝뚝 끊겨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서씨는 “온라인 강의를 들은 2주 동안 벌써 세 번이나 수업에 불편을 겪었다”며 “교수님들께서 노력하고 계신 건 알지만 강의 질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학교 측의 보완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로 새 학기를 시작한 지 보름이 된 30일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질 저하 등으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수의 기기 조작 미숙이나 온라인 환경상의 문제로 생기는 수업 손실 외에도 저작권 문제로 인해 자료를 공유해주지 못하거나 수업을 유튜브 영상 링크 공유만으로 대체하는 등 오프라인 수업을 할 때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교육의 질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예정대로 4월 6일 할지를 조만간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습이 많은 전공의 경우 실습과 설비 이용 비용 등이 포함돼 높은 등록금을 내지만 현 상황에선 이 같은 교육 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 불만이 크다. 아예 온라인 강의를 거부하고 오프라인 개강 이후 보강을 하겠다고 고지한 수업도 있다. 해당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오프라인 수업을 할 수 있을지조차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수업을 얼마나 미뤄두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등록금은 이미 냈는데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나 있을지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강의 진행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자 대학생들은 등록금 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대학생 약 1만4785명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강 연기 및 온라인 수업 대체 과정에서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의 응답자의 85.2%(매우 필요하다 62.7%, 필요하다 22.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부산 부경대에서 온라인 녹화 강의가 실시되고 있다. 부경대 제공

지난 26일 경희대에서는 단과대학 학생회장 등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재논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상황에서 불가피했던 비대면 수업은 실험·실기·실습 진행의 어려움 등 수많은 교육권 피해 사례를 양산하고 있다”며 “지난 6∼10일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2873명 중 94.3%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등록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대학생 119’와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의 학습권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전국 44개 대학 및 6개 대학원의 학생 485명이 등록금 일부 환불 요구 등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다음 달 1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대학생들의 피해사례 및 요구 사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등록금 재조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이날 “코로나19 사태 속에 교육부가 대학별 미사용 대학등록금 예산을 검토하고 있다”며 “학교 구성원 인건비나 인터넷 강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 집행하지 않는 예산은 반환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 사무총장인 박완수 의원은 전날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정부는 ‘학교 총장의 권한’이라며 먼 산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며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1학기 등록금 재조정과 1, 2학기 등록금 납부 기한 연장 등을 검토하고 사립대와도 같은 맥락으로 협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이강진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