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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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160개국 ‘코로나 휴교’ 속 대만·濠 등선 학교 문 열어 눈길

아동 영향적고 의료 덜 부담 개교 / 일부선 아이 통한 지역 확산 우려 / 싱가포르서 집단감염 수업단축도
싱가포르 한 공립학교 매점에서 학생들이 거리를 두고 줄을 서 있다. 한국 방역 당국이 내달 6일로 예정된 전국 학교 개학의 실행 여부를 놓고 싱가포르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예정대로 개학한 싱가포르 사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옹 예 쿵 교육부장관 페이스북 캡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학교 휴업 연장 문제가 전 세계 공통의 고민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몇몇 국가가 과감하게 학교 문을 열고 있어 관심을 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160여개국에서 휴교령을 내려 세계 학생인구 90% 가까이가 학교에 못 가는 상황에서 싱가포르, 호주, 스웨덴, 대만과 미국의 일부 주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을 하나의 논거로 삼는다.

싱가포르는 지난 23일 예정대로 개학했는데, 웅 예 쿵 교육부 장관은 “다수 표본이 부모가 감염됐더라도 아이들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발병 대응 네트워크 의장 데일 피셔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아이들은 코로나19에 잘 안 걸리고, 심지어 양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경미하게 지나간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휴교령으로 의료 부담이 더 커진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호주는 술집, 극장, 장례식장 등 대부분의 공공장소를 폐쇄했지만 학교 문만큼은 열어뒀다. 휴교할 경우 필수 의료 종사자의 30%가량이 아이들을 돌보느라 출근을 못 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스웨덴도 어린이들이 코로나19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매우 작고 보건업무에 종사하는 학부모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판단 하에 정상 수업을 하고 있다. 휴교로 ‘조부모 육아’가 증가하면 노인들이 오히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싱가포르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책상 양 옆으로 떨어져 앉아 수업을 받고 있다. 한국 방역 당국이 내달 6일로 예정된 전국 학교 개학의 실행 여부를 놓고 싱가포르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예정대로 개학한 싱가포르 사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옹 예 쿵 교육부장관 페이스북 캡처.

무상급식에 의존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방치하게 되는 점,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 시 노트북이나 태블릿PC가 없는 가정에 ‘교육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소아 확진자에 관해서는 아직 확정된 연구가 없으며, 경미하게 감염된 아이들을 통한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는 우려가 크다. 호주 교사 리 록우드는 “장갑을 끼고 끊임없이 손을 씻지만 (자신이 전파자가 될까봐) 모두가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개학하자마자 19명의 유치원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해 수업일수를 주4회로 단축했고, 미국 버지니아주의 리버티대학은 지난주 캠퍼스를 개방했다가 10여명의 유증상 학생이 나와 지역사회의 불만을 사고 있다.

블룸버그는 개학 성공사례로 대만을 꼽았다. 국가 차원에서 초기 방역에 적극적이었던 대만은 학생 전원의 체온을 검사하고 책상마다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확산을 예방하면서 지난달 25일 개학 후 중단 없이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