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corona blue).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신조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각종 모임과 술자리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이들조차도 반강제로 자가 격리를 하는 ‘집콕’ 생활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답답함, 우울증, 스트레스, 고립감 등을 호소하는 이들이 크게 늘면서 ‘코로나(corona)’와 ‘우울감(blue)’을 합친 이런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지인들과 자주 통화하거나 그림그리기, 독서, 음악·영화 감상 등으로 우울증을 극복하라고 조언한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감염을 우려한 지역주민들이 제발 오지 말라고 호소하니 ‘공공의 적’인 여행은 당분간 피해야 한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집 근처 도심공원 산책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탁 트인 공간에서 30분 정도 가볍게 산책하면서 봄꽃까지 즐길 수 있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힐링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물론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코로나19가 일깨운 도심공원의 소중함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41)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매일 퇴근 후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주민용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을 만들고 러닝머신을 달리며 건강을 챙겼는데 코로나19로 시설이 무기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대안으로 찾은 곳이 평소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던 집 근처 운정호수공원. 박씨는 “광활한 호수 주변에 잘 조성된 산책로와 조깅코스를 30분 정도만 걷거나 뛰어도 코로나19로 겪는 스트레스가 금세 날아가 버린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가 도심공원의 소중함을 일깨운 셈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공원에서의 산책은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지 않아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지난달 22일 “야외는 계속 환기효과를 거두는 공기 흐름이 있고 자연스레 밀집을 피할 수 있는 2m 이상의 거리 두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원 나들이 등은 큰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한 달 넘게 집안에만 갇혀 지내던 이들로서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많은 이들이 도심공원에서 봄햇살을 즐기며 코로나 블루를 해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코로나 블루 한 방에 날리는 도심 호수공원
연일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는 이탈리아는 이동제한령과 함께 전국의 모든 야외 공연을 전면 폐쇄하고 야외운동까지 금지했다. 스페인 등 다른 유럽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행히 우리는 도심 공원이나마 산책할 수 있으니 유럽인들에 비하면 한결 나은 여건이다. 감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스크를 챙겨 조심스럽게 인근 공원으로 나서본다.
화창한 휴일 날씨를 보인 지난달 29일 파주 운정호수공원. 반바지를 입은 젊은이들이 보일 정도로 가벼운 옷차림을 한 많은 이들이 산책을 하며 봄햇살을 즐긴다. 간혹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도 보였지만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다. ‘사회적 거리’ 2m를 지키고자 다른 이들이 마주 오면 적당히 피해갈 줄도 안다.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는 마스크를 내리고 산책하다가도 저 멀리 사람이 보이면 다시 쓰기도 한다. 이제 마스크 쓰기는 생활화된 듯하다.
마침 주변에 아무도 없어 마스크를 벗고 폐속 깊숙이 신선한 봄기운을 들이켜본다. 아… 신선한 공기가 이토록 소중한 것이구나. 올해 봄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눈이 시리게 파랗고 맑다.
파주 운정호수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호수다.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지만 드넓은 호수 덕분에 가슴이 탁 트인다. 호수 주변의 나무테크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산책하기 좋다. 또 야트막한 야산을 따라 우듬지탐방로가 조성됐는데 피톤치드를 내뿜는 키 큰 나무들의 머리 부분을 코앞에서 감상하며 숲과 호수를 모두 즐길 수 있다.호숫가를 따라 북쪽으로 걷다 보니 경의중앙선 운정역 쪽으로 수로와 산책로가 이어진다. 수로는 남쪽으로도 야당역까지 길게 이어져 있으니 산책과 조깅, 경보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천국’이겠다.
가온초등학교와 자운학교 사이 넓은 잔디광장에서는 아이들이 아빠와 공놀이를 즐긴다. 갑갑할 텐데도 마스크를 잘 쓰고 있으니 기특하다. 전통정원 인근에는 돗자리를 펼쳐놓고 누워서 봄햇살을 즐기는 이들도 눈에 띈다. 일산 호수공원에 비해 그늘공간이 부족한데 파주시는 올해 이팝나무, 덩굴장미, 벌개미취를 심어 그늘공간을 늘릴 계획이다.
일산호수공원으로 이동한다. 말이 필요없는 100만명 고양시민들의 쉼터다. 올해는 꽃이 일찍 피나 보다. 장미원을 거쳐 달맞이섬을 건너니 하얀 목련이 탐스럽게 활짝 피었다. 꽤 많은 이들이 공원을 찾았는데 행여 누가 될까, 서로 거리를 지키며 목련을 배경으로 봄날의 추억을 담는다. 일산 호수공원은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 빠른 걸음으로도 한 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넓다. 전체면적 103만4000㎡, 호수면적만 30만㎡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인공 호수공원이다.
경기도 구리 장자호수공원도 3.6㎞의 산책로가 조성돼 가벼운 운동과 나들이를 즐기기 좋다. 한때 오폐수로 악취가 나던 장자못은 10년 동안의 꾸준한 생태 환경 복원 작업을 통해 주민들의 쉼터로 거듭났다. 경기 부천의 상동 호수공원은 2003년 조성된 대규모 공원이다. 녹지율이 65%이고 수변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나무다리가 설치돼 자연의 정취를 흠뻑 즐길 수 있다. 서울 신월동 서서울호수공원은 옛 신월정수장을 친환경공원으로 바꾼 곳이다. 물과 재생을 테마로 조성했다. 갈대가 핀 호수를 따라 걸으면 여행 온 듯 자연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정수장시설을 개조한 독특한 몬드리안정원이 눈길을 끈다.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 상암동 난지천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한강공원도 서울의 허파다. 난지천공원 입구의 메타세쿼이아와 소나무가 어우러지며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는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난지천공원의 잔디광장은 가족나들이에 제격이다. 광활한 잔디가 펼쳐져 보기만 해도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다. 주변 산책로는 아직도 무성한 갈대가 숲을 이뤄 봄과 가을이 공존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파주=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