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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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쫀득쫀득 … 입안 가득 고소한 맛 [김셰프의 낭만식탁]

곱창요리 / 한국인엔 술 한잔과 하는 안주거리로 최고 / 유럽선 샌드위치·파스타·스튜로 무한변신 / 피렌체 ‘트리파’요리 길거리 음식으로 사랑
돼지 곱창과 소 곱창은 한국인이 먹는 대표적인 내장 재료들이다. 돼지 곱창은 돼지의 대장을 뜻하고 소 곱창은 소의 소장을 뜻한다. ‘곱’은 현대사회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로 동물의 지방이라는 뜻이 있다. ‘창’은 중국어의 ‘장’에서 유래된 말로 그렇게 곱창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편하게 접해온 곱창의 유래나 내장 요리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조금 더 즐겁게 술 한잔하며 안주거리로 먹을 수 있다. 소 곱창은 유럽에서도 다양한 음식으로 표현된다.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며 만드는 오늘의 요리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내장 요리 중 하나인 트리파로, 한국이나 유럽이나 내장 요리들은 대중들에게 참 인기 있는 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소곱창구이.

#추억의 곱창 요리

소 곱창은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특유의 식감 덕분에 정말 여러모로 사랑받고 있다. 오래전 어머니의 친구가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했다. 소 곱창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격이 비싼 것은 변화가 없는데, 자주는 아니지만 어머니가 마장동으로 ‘마실’ 나갈 때에는 집에서 소 곱창을 원 없이 먹던 추억이 있다. 살짝 노릿한 냄새와 자글거리는 기름, 길쭉한 곱창이 갈색을 띠며 단단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군침이 저절로 났다. 요즘처럼 다양한 레시피가 없던 시절이라 쫄깃쫄깃하다기보다는 살짝 질긴 느낌의 소 곱창이었지만 씹는 즐거움과 고소한 곱, 찍어 먹던 참기름의 향은 지금 까지도 진하게 기억이 난다.

돼지 곱창 요리는 우리들이 평소에도 접하기 참 쉬운 음식이다. 들깨나 냉이를 넣은 돼지곱창전골은 술안주로 안성맞춤이고 당면을 넣은 곱창볶음은 식사대용으로도 큰 인기가 있다.

가격이 저렴한 돼지 곱창 요리는 가까운 시장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가 있는데, 돼지 곱창은 냄새가 좀 나는 편이어서 그 냄새를 잡는 노하우가 음식점의 매출과 연결될 정도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수많은 세척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거의 무미, 무향의 상태가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돼지 곱창을 매콤한 양념과 함께 볶아 먹는 것을 선호하지만, 요즘은 데리야키 소스나 바비큐 소스같이 달짝지근한 맛으로도 변화를 주고 있다.

곱창을 올린 샌드위치.

#순댓국과 내장 식육의 역사

돼지 내장이 들어가는 요리 중 대표적인 것이 순대와 순댓국이다. 돼지 내장에 속을 채워 쪄서 먹는 순대는 역사가 깊어 1800년대의 ‘규합총서’에 만드는 법과 먹는 법이 상세히 적혀 있다. 아마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동물의 내장 속에 재료들을 넣고 먹어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순댓국의 역사는 1924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처음 등장한다. 지금처럼 돼지의 순대가 들어간 요리는 아니었고 돼지 내장과 우거지를 푹 고아 만든 국으로 통칭 순댓국이라 칭했다.

수렵과 채집의 시대를 빼더라도 내장의 식육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었다. 지금 같은 현대의 축산업이 있기 시작한 것은 약 18세기부터이며, 그 이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야생동물을 가축화한 시대는 신석기 시대로 유추한다. 소나 돼지들을 도축하면 살코기와 뼈 이외에도 상당량을 차지하는 부위가 내장이다. 요즘처럼 가축 사육이 체계적이지 않은 시대여서 당시 도축한 고기들이 고품질일 리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 시대에 내장 재료들은 지금보다도 더 열악한 식자재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부위들을 버렸을까. 아니다. 지금처럼 하나의 미식 수단이 아닌 생계를 위한 식재료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버리기 아까운 고기들이기 때문이다.

1830년에 나온 ‘농정회요’에 ‘도저장’이라는 음식이 소개된다. 돼지 창자에 내용물을 섞어 넣어 채운 뒤 삶아 썰어 먹는 요리다. 이것이 돼지 창자를 다룬 조선 시대의 최초의 기록이다. 소 내장 요리는 1600년대의 ‘주방문’에 ‘팽우육법’으로 등장한다. 소의 대창에 선지, 밀가루 등 매운 양념을 섞어 채운 뒤 삶아 썰어 먹는 음식의 조리법이 기록돼 있다.

#곱창 요리의 다양한 변주곡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 국가에서도 내장 요리들을 생각보다 많이 먹는다, 유명한 내장 요리는 당연히 우리가 아는 다양한 소시지 요리 또한 포함된다. 동양보다 목축 비중이 더 높았던 서양에서 식량 사정이 안 좋은 그 시대에 내장 요리는 마다할 수 없는 미식이었을 것이다.

파스타를 곁들인 트리파.

이탈리아 피렌체 사람들이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고 싶을 때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소 내장 요리다. 소의 위를 이탈리아어로 트리파(trippa)라고 하며, 이 부위를 잘게 잘라 토마토 소스 같은 양념에 넣고 졸여 빵과 함께 먹는다. 트리파 요리를 파는 이동식 노점을 트리파이오 라고 한다. 람프레도토(lampredotto)는 소 내장을 넣어 만드는 샌드위치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이다.

스페인의 카요스(callos) 스튜는 암소 또는 양 고기의 위를 냄비에 넣고 토마토 소스, 블랙 푸딩, 잼 등을 함께 넣고 끓인 스튜다. 마드리드의 가장 전형적인 스튜 중 하나이며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비교적 저렴한 요리다. 살짝 매콤하게 먹기도 하며 빵에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모쓰나베는 일본 후쿠오카 명물이다. 모츠는 곱창, 나베는 냄비 요리라는 뜻으로 대표적인 일본 곱창전골 요리다. 된장이나 간장으로 국물 맛을 잡고 건더기를 다 먹은 후 면에 버무려 먹는다. 비교적 우리 입맛에 잘 맞지만 조금 느끼한 감이 있다.

 

■트리파 만들기

 

■재료

 

손질한 소 곱창 1kg, 밀가루 some 닭육수 1.5L, 다진 생강 1작은술, 간마늘 1큰술, 다진 양파 1/2ea, 토마토 소스 300mL, 화이트와인 100mL,소금 1ts, 후추1ts, 건바질 some, 파마산 치즈1TS, 엑스트라 올리브 오일 1TS. 가니시 재료 감자1/2ea, 브로컬리 조금, 대파1줄기, 방울토마토 3알

 

■만들기

 

①소 곱창은 밀가루에 충분히 버무리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준다. ②화이트 와인을 넣고 1시간 후 건지고 다진 생강과 마늘, 양파, 소금, 후추, 바질에 마리네이드 해 준다. ③닭 육수에 넣고 30분가량 삶아 준 후 토마토 소스를 넣고 15분 더 삶아준다. ④ 토마토 소스를 넣을때에 손질한 가니시 야채들을 곁들여 주고 파마산 치즈와 오일을 곁들여준다.

 

오스테리아 주연·트라토리아 오늘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