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n번방’을 모방한 ‘제2 n번방’의 운영자 ‘로리대장태범’이 재판에서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 고교생인 로리대장태범은 공범들과 함께 여중생 등 여성 3명을 협박해 성착취물 수십 개를 제작하고 이를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2 n번방에서 로리대장태범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배모(19)군은 31일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원두)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 맞습니다”고 짧게 답했다. 배군의 변호인은 앞선 재판에서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영상 중 일부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재판에서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배군은 텔레그램 상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하고자 로리대장태범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는 배군의 공범인 류모(20)씨도 함께 피고인석에 앉았다. 배군과 류씨는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배군 등의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를 추가로 제출했고, 증거 조사를 위해 한 차례 재판을 더 열기로 했다. 이들과 범행을 공모한 김모씨와 백모씨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돼 이날 재판을 받았다. 다만 검거된 시기와 기소된 시점이 달라 재판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배군과 공범들은 피해자 26명의 트위터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탈취하는 등 정보를 수집, 이를 범행에 활용했다. 이들 일당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피싱 사이트를 통해 유인한 여중생 등 피해자 3명을 협박해 성착취물 등 76개를 제작하고 이를 제2 n번방 등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배군 등은 지난해 11월 n번방 창시자인 ‘갓갓’이 잠적한 뒤 제2 n번방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하는 등 ‘프로젝트 n’이라는 명칭으로 범행을 모의한 뒤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갓갓의 n번방을 모방해 만든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과 유사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달 경찰에 검거된 조씨는 현재 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갓갓도 추적 중이다. 배군 등의 다음 재판은 오는 5월1일 오전 11시10분 춘천지법에서 열린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