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복(26·우리카드)과 이다영(23·현대건설)은 프로배구 V리그에서 오랫동안 ‘미완의 대기’로 불려왔던 선수들이다. 이다영은 2014~2015시즌 여자부 신인드래프트 전체 2번, 나경복은 2015~2016시즌 남자부 전체 1번으로 화려하게 프로무대에 입성했고, 이후 수많은 팬과 관계자들이 기대감 속에 이들을 지켜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신장 198㎝로 날개 공격수로서 좋은 신체조건을 갖춘 나경복은 인하대 시절부터 대표팀에도 발탁되는 등 차세대 국가대표 공격수로 주목받았다. 이다영은 180㎝의 장신으로 운동능력까지 갖춘 대형 세터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나경복과 이다영이 받았던 기대는 한참 동안 현실이 되지 못했다. 소속팀들이 주전을 보장하며 이들을 성장시키려 노력했지만 부족한 세기와 미숙한 경기운영 등 적지 않은 약점을 노출하며 팬들을 실망하게 하곤 했다.
하지만 두 선수가 2019~2020시즌 ‘미완’이라는 수식어를 마침내 뗐다.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하며 팀의 선두 경쟁을 이끈 것.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쉬움 속에 조기 종료된 가운데 9일 발표될 최우수선수(MVP)까지 넘보는 중이다.
마침 5라운드까지 기준으로 결정한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종 순위에서 우리카드와 현대건설이 나란히 1위를 차지해 수상 가능성도 높다. 나경복은 대한항공의 외국인선수 비예나(27)와의 2파전을 펼치고 있다. 비예나가 득점(756점)과 공격종합(성공률 56.23%)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27경기(6라운드 2경기 포함)에 나서 453점으로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전체 6위)를 차지한 나경복의 기록도 만만치 않다. 시즌 초부터 에이스 역할을 도맡아 만년 하위권인 우리카드를 1위로 이끌며 강렬한 인상을 쌓은 점도 수상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한다.
이다영은 현대건설 팀 동료 양효진(31), KGC인삼공사의 외국인선수 디우프(27)와 3파전 구도다. 이 중 블로킹 1위(세트당 0.853개)에 팀의 공격첨병 역할까지 해낸 양효진은 부담스러운 경쟁자다. 그러나 이다영 역시 시즌 초반부터 경기운영 능력에서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선두 질주를 이끌어 MVP 수상자로 손색이 없다. 디우프는 26경기에서 832점을 올리며 득점 1위를 차지했지만 팀이 4위에 그쳐 강렬함이 덜하다.
프로배구 MVP 레벨로까지 올라선 두 선수의 성장은 한국 배구에도 반가운 일이다. 나경복은 30대 선수가 즐비한 남자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 후보다. 이다영 역시 여자대표팀 주전 세터로 내년 도쿄올림픽을 이끌어야 한다. 두 선수 모두 향후 7~8년 이상 남녀 대표팀을 책임져야 해 이들이 올 시즌 만든 성과가 든든하게 다가온다.
서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