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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돌아온 양승태, ‘역대 대법원장 구술채록’ 포함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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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서관 “2017년 퇴임 양 전 대법원장, 3년 후 진행 타당”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올해 6회째로 역대 대법원장 구술채록(입으로 말한 기록이나 녹음)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15대 대법원장)이 채록 대상자로 선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임자인 이용훈 14대 대법원장까지 구술사업(2016년 채록)이 진행됐고, 실무를 맡은 법원도서관이 2018년 사업계획안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을 거론한 뒤 퇴임 후 3년 후(2020년)에 채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역대 대법원장 등 법원 주요 인사 구술채록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달까지 올해 구술채록 사업을 진행할 용역 선정 절차에 나섰고, 최근 업체를 확정했다. 실무를 맡은 법원도서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구술채록 사업을 진행할 업체를 최근 선정했다”며 “누구를 대상으로 채록을 진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사업(방향 등)을 검토하는 단계”고 밝혔다.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사법농단’ 의혹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선정 여부다. 이들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법원도서관은 2018년 구술채록 사업계획안을 통해 “2017년 퇴임한 양 전 대법원장과 해당 시기 전 법원행정처장(박병대, 고영한)의 구술채록은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 3년 후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올해가 양 대법원장이 퇴임한 지 3년 후다.

 

대법원의 역대 대법원장 구술채록 사업을 도입·실시한 인물은 공교롭게도 양 전 대법원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2015년 대법원은 대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이 직접 사법발전·법원개혁 방안과 후배 법조인들에 대한 조언 등을 진술하고,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후배 판사들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사업을 도입했다.

 

대법원은 도입 당시 역대 대법원장을 구술작업 1차 대상자로 우선 진행한 뒤 이후 대법관까지 그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사업 도입 이후 생존한 전직 대법원장 6명 중 양 전 대법원장 직전 대법원장을 지낸 이용훈 전 대법원장까지 채록이 진행됐다. 올해의 경우 2018년 사업계획안에 명시된 대로 양 전 대법원장 차례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김용철(9대)·윤관(12대) 전 대법원장이 참여했고, 김덕주(11대)·최종영(13대) 전 대법원장은 본인이 고사했다. 김영란·양창수·박일환 전 대법관과 권오곤 전 유고전범재판소(ICTY) 재판관 등 고위 법관 11명도 참여, 전직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4명이 구술작업 대상자로 선정돼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법원 입장이 곤란해졌다. 김영삼정부 출범 직후 공직자 재산공개 파문으로 법복을 벗은 김덕주 전 대법원장의 경우엔 스스로 구술채록 사업을 위한 인터뷰를 고사했다. 이에 법조계에선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을 구술채록 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 15년차 변호사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사법부 불신을 키우고 구속된 사람이 사법발전·법원개혁을 이야기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만약 필요하다면, 향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뒤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