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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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종근당 장남 ‘성관계 몰카’ 유포했는데… 영장 기각한 법원

‘n번방’ 공분 속 판단 논란 / 본인과 관계 3명 영상 트위터 올려 / 법원 “피해자들이 처벌 원치 않고 / 얼굴 노출되지 않았다” 이유 들어 / ‘디지털 성범죄 엄벌’ 여론과 배치 / 檢 “법리와 함께 국민 인식 고려를”

의약품 제조업체 종근당 이장한(68) 회장의 장남 이모(33)씨가 성관계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최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이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내용에는 게시물에 얼굴이 노출되지 않았고 피의자가 게시물을 자진 폐쇄했다”며 “피해자들이 처벌을 불원하고 일정한 주거와 직업, 심문절차 중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사유를 설명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씨는 최근 트위터에 자신이 3명의 여성과 각각 성관계를 가진 영상을 찍어 올리는 등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여성들은 이씨와의 성관계와 촬영에는 동의했지만 영상을 유포하는 데는 동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트위터를 본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이 이를 제보했고, 사실을 확인한 수사기관은 이씨를 입건해 조사를 벌인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폭력처벌법 위반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피해자의 의견과 관련 없이 형사소추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촬영대상자의 동의 없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법리적 판단은 물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최근의 국민적 인식을 고려해 이씨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9명 등 21명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박사방’ 조주빈(25)씨 사건과 공범들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대검찰청도 신종 디지털 성범죄 대응 회의를 열고, 단순 참여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이 법원이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성 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이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특히 미성년자 등을 유인해 협박하고 성착취물을 찍어 유포하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씨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거센 상황인 만큼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민 200여만명이 동의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은 어느 때보다 높다. 

 

문재인 대통령도 “n번방 사건은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며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하고 가해자들을 엄벌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법무부 역시 이에 호응해 지난달 26일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를 구성해 수사 및 형사사법공조 등을 지원하는 상황이다.

 

종근당 측은 “구속영장 청구 사실과 영장실질심사 사실을 확인했다. 자세한 사건경위를 더 파악하겠지만 개인적인 물의를 빚은 것으로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