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며 일본발(發)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 “트럼프, 일본발 외국인 미국 입국금지 고려”
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해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그들의 나라를 지키려 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나라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리도 우리나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언급을 미국 정부도 일본에 대해 똑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과 이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로부터의 외국인 여행객에 대한 입국을 금지한 상태다. 한국에 대해서는 입국을 금지하지 않았다.
주일 미국대사관은 일본 정부가 한·미·중발 외국인 입국자 거부 방침을 확정한 1일 홈페이지에 올린 ‘보건 경보’라는 영문 알림을 통해 일본 내 미국 국민이 즉시 귀국하든지 잔류할 경우 14일분의 식량을 준비하라고 공지한 바 있다.
◆의료기관·양로시설서 집단감염 현실화
일본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NHK에 따르며 3일 낮 12시 기준 일본의 감염자는 3508명(크루즈선 712명), 사망자는 84명(크루즈선 11명)이다. 어제(2일)엔 하루 단위로는 가장 많은 266명의 추가 확진자가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병원과 개호(介護·간병)노인보건시설 등에서의 집단 감염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도쿄(東京) 다이토(臺東)구의 에이주(永壽)종합병원에서는 2일 현재 128명이 감염 돼 지난달 24일 처음 5명의 감염이 확인된 이래 1주일 사이에 25배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7명이다. 일본 당국이 우려하는 클러스터(집단감염) 발생이 현실화한 셈이다.
◆도쿄, 한국식 생활체료센터 도입
도쿄도(都)는 환자 급증으로 병상이 부족해짐에 따라 경증자를 호텔에 수용하기로 했다. 도쿄도는 이를 위해 호텔 객실 약 1000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도쿄도에선 어제 97명의 감염이 새로 확인돼, 누적 감염자가 684명으로 늘었다. 퇴원자를 제외한 입원 환자는 628명에 달해 700개 정도인 병상의 90%가 채워진 상태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도쿄도는 이에 따라 입원 환자의 과반을 차지하는 경증자를 퇴원시켜 호텔 등으로 이송해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설치한 전문가 회의는 1일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입원 치료가 필요 없는 경증 환자는 자택 등 병원 외 시설에 머물게 할 것을 제안했다. 도쿄도는 자택 요양도 검토했지만, 환자 가족이 감염될 우려가 있어 좀 더 안전한 이송처로 호텔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도쿄도가 의료 붕괴 위기 속에서 한국이 국가시설이나 대기업연수시설을 이용하는 생활치료센터 제도를 사실상 도입한 셈이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