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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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수사 ‘급물살’… 검찰 칼끝 청와대 정조준하나

“직을 걸고 파헤친다” 윤석열 검찰총장 강한 의지 / “靑행정관이 라임 사태 확산 막았다” 녹취록 주목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 사태 확산을 막았다.”

 

전 대신증권 반포WM 센터장이 환매 중단으로 투자금을 잃을까봐 걱정하는 투자자에게 한 말이다.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서 확인된 발언이라고 한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라임의 ‘돈줄’로 알려진 김봉현 회장의 고향 친구다.

 

후반부로 접어든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알려진 라임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을 걸고’ 이 사건 진상을 파헤치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최근 일주일간 10명 가까운 피의자를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구속 피의자들의 혐의 내용을 보면 펀드 환매사기부터 ‘기업사냥’까지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3일까지 구속한 라임 사건 관계자 8명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본부장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 상품의 핵심 판매사이면서 이 운용사 펀드의 구조를 함께 기획한 곳이다. 검찰은 임 전 본부장이 그 핵심 역할을 맡았다고 본다.

 

검찰이 임 전 본부장을 구속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도 적용한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사기범죄가 나이고 판매·운용사가 펀드의 위험을 적극 은폐한 채 투자자를 속여 돈을 가로챈 금융범죄로 간주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임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그와 관련한 검찰 판단이 상당 부분 소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투자자들에 대한 사기 혐의뿐 아니라 라임이 기업 사냥꾼들의 ‘돈줄’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도 수사 중이다. 기업 사냥꾼이란 사채 등을 동원해 자기 자금 없이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고 회삿돈을 마구 꺼내 쓴 뒤 해당 기업을 무일푼의 ‘깡통’으로 만들어 마지막에는 헐값에 팔아넘기는 이들을 일컫는다.

 

최근 검찰에 구속된 김모 라임자산운용 대체투자운용본부장도 기업 사냥에 적극 가담한 정황이 불거졌다. 그는 투자자들을 속여 라임의 ‘돈줄’로 지목된 김봉현 회장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스타모빌리티 자금을 빼낼 의도를 품은 김 회장이 김 본부장과 짜고 라임 자금을 스타모빌리티로 옮긴 뒤 이를 자신이 고스란히 가로챘고, 그 과정에서 김 본부장에게 골프장 회원 등록 등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한다.

 

무엇보다 검찰은 수많은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긴 이번 사태의 ‘몸통’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 회장을 비롯해 라임 펀드를 기획하고 운용까지 담당했던 이종필 전 부사장까지 이번 사태를 주도한 피의자들은 모두 잠적한 상태다.

 

라임자산운용의 ‘뒷배’에 대한 수사는 이번 사건 진상규명의 성패를 가늠할 척도가 될 전망이다. 라임 상품만 1조원어치 이상을 팔았다는 녹취록을 확보한 검찰은 해당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과 관련한 기본 사실관계는 확인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특히 녹취록에서 확인된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 사태 확산을 막았다”라는 전 대신증권 반포WM 센터장의 발언은 이 사건 수사가 문재인정부 청와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금감원 출신인 해당 청와대 행정관(전직)이 라임의 ‘돈줄’ 김 회장의 고향 친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