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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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부와 협의없이 재난지원급 전국민 확대카드 꺼내…실현 가능성은?

민주당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확대 카드 정부와 합의된 내용 아냐 / 정부 관계자 “당정이 협의한 적도 없고 언론보도 접하고 알게 됐다” / 참여연대 “신속하게 지급하되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지 않도록 추가적인 대책 함께 마련해야”
6일 오전 대전시 서구 한 시민이 이날부터 신청하는 대전시 긴급재난생계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대전시청 홈페이지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했지만, 신청자가 많아 30분 이상 대기해야 한다. 대전시 행정센터 창구를 통한 현장접수는 20일부터 시작한다. 대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을 살리기 위한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확대 지급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초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한 것이 각종 불만과 논란으로 이어지자 민심에 자칫 악재로 작용할까 봐 서둘러 수습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민주당안대로라면 기존 정부안보다 약 4조원에 가까운 재원 확충이 필요한 가운데 정부와 합의 없이 전국민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실제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연제구 소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긴급재난대책에서는 지역이나 소득, 계층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한번쯤은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확대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는 "긴급재난을 맞이해서 재난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정부의 입장과 당의 입장을 논의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며 "이번 총선이 끝나는대로 당에서 이 모든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서 국민 전원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보여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토록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경제적 피해가 지속적으로 심화됨에 따라 보다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신속하게 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지도부의 연이은 발언에 이어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국민을 소득이나 자산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면서 " 긴급재난지원금은 국민 모두에게 지급돼야 하며, 이를 위해 국회가 나설 때"라고 말해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확대를 당 차원의 입장으로 공식화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1400만가구를 대상으로 40만~10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방안을 마련했다. 1인 가구 40만원, 2인 60만원, 3인 80만원, 4인 100만원 등으로 9조1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이어 정부는 이달 3일 3월 건강보험료로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를 선정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발표했다. 건강보험은 전국민의 97%가 가입한 제도로 별도 조사 없이 간단한 확인만으로 대상자를 선별할 수 있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은 올해가 아니라 2018년 소득이 보험료에 반영돼 있어 코로나19에 따른 소득 감소분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면서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자영업자나 경영악화로 무급휴직에 들어간 중소·중견기업 직원들의 경우 현재의 소득 악화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자칫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고액자산가이면서 건보료 하위 70%에 해당해 재난지원금 수령 자격이 주어지는 경우도 문제다. 근로·사업·이자·연금 등 소득만 반영하는 직장가입자 중 재난지원금 수령 대상이면서 고가 주택 소유자나 전·월세 거주자, 고급 승용차 보유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부도 일단 재난지원금 대상자 선정시 고액자산가를 배제한다는 방침은 정했지만 고액자산가를 판별하는 기준 발표는 뒤로 미뤄놓은 상황이다.

 

이처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건보료 기준 소득하위 70%라는 기준으로 행정력과 시간을 낭비하느니 전국민에게 신속히 지급하는 게 불과 9일 밖에 남지 않은 선거 국면에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재난지원금 정책이 가시화됐을 때부터 전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으며 정부 방침을 확정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열린 당정청에서도 이를 주장했지만 관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에 소극적이었던 재정당국은 소득하위 50%만 주자고 했지만 그나마도 당이 70%까지 끌고 온 것"이라며 "이해찬 대표는 원래 전부 다 지급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재정당국이 적극적이지 않으니 본인이 총대를 메고 예산권을 갖고 있는 국회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 국민에게 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한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치러지는 선거 국면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황 대표의 전국민 50만원 지급에 맞서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확대 카드를 내민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대해 강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국민에 줘야 한다는) 당내 의원들 요구가 많았다"며 "(국가 재정) 걱정도 있었고, 야당과의 협조도 쉽지 않았는데 황 대표가 어제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하셨으니 공간이 많이 넓어졌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이 긴급재난지원금의 전국민 확대 카드를 꺼내들자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한 김민석 후보는 페이스북에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이해찬 대표의 제안을 전면지지한다"며 "기본소득 논란을 넘어 이번에는 100%가 답이다.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경남 양산시을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정부 방침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특히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조차도 차별적 지급에 대해 불만이 많다"며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면서 "내가 정했으니 끝까지 밀겠다는 것은 아집이지만 국민의 뜻을 따라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현명한 것이다. 그리고 경기상황이 나아지면 형편에 맞게 조금은 더 걷어서 이번 지출을 보충하겠다 설명하는 것이 더 민주당답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확대 카드가 정부와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도 여전하다.

 

정부 관계자는 "당으로부터 아직 전달 받은 게 없다. 당정이 협의한 적도 없고 언론보도를 접하고 알게 됐다"며 "정부안은 (당에서) 제안이 들어온 뒤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도 "정부와 협의를 거친 것은 아니고 전달만 했다. 지금 총선 시즌이라 당정협의를 할 수가 없어서 논의를 한 것은 아니고 당에서 이런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의견만 전달한 상태"라고 전했다.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당과 달리 재정당국은 재정 건전성 지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확대를 놓고 당정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전국민 확대에 13조원 정도의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정부안에 필요한 9조1000억원의 재원보다 3조9000억원 많은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재난지원금을 담아 오면 총선이 지나고 수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재원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참여연대는 6일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과 관련해 "신속하게 지급하되,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지 않도록 추가적인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종식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다"며 이렇게 요구했다.

 

이어 "정부안은 건강보험료 납부 현황과 가구 중심의 지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어려움에 처한 다수 국민이 제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 누구나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의 보편성을 확대하고 실제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지원 수준을 대폭 늘리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에만 집착할 일이 아니다"라며 "과감한 재정 투입을 결단하고 여야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