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대확산 속에 2019~2020 프로배구 V리그는 끝내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조기 종료됐다. 하지만 프로배구는 다시 차기 시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자유계약(FA) 시장도 곧 개막한다.
이와 동시에 배구팬들의 열기도 다시 달아올랐다. 특히 여자배구 팬들은 벌써부터 조금씩 흘러나오는 FA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번 시장에 이름만으로도 팬들을 설레게 하는 특급 선수들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무려 18명이나 되는 FA명단에서 리그 최고 공격수와 세터로 올라선 이재영(24·흥국생명), 이다영(24·현대건설)과 도로공사의 주포 박정아(27), IBK기업은행의 대들보 김희진(29) 등 정상급 스타들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오지영(32), 염혜선(29·이상 KGC인삼공사), 정대영(39·한국도로공사), 조송화(27·흥국생명) 등도 팀 성적을 크게 올릴 만한 중량급 선수들이다. 현역 여자배구 연봉 10걸에 이름을 올린 선수만 무려 6명에 달한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슈퍼 쌍둥이’ 이재영과 이다영의 행선지.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번과 2번으로 나란히 프로에 입성한 뒤 두 선수는 이미 수많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재영은 2016∼2017시즌과 2018∼2019시즌 등 두 번이나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소속팀 흥국생명을 통합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다영은 입단 초기에는 프로 적응에 다소 애를 먹었지만 꾸준한 성장 속에 마침내 올 시즌 리그 최고 반열로 올라섰다. 현대건설의 정규시즌 1위를 견인하며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성과를 이뤄냈음에도 아직 나이가 24세에 불과하다. 향후 7~8년 이상 리그 정상급 활약을 기대할 만하니 어떤 팀이든 욕심 날 수밖에 없다.
더 큰 관심은 과연 이 두 선수가 같은 행선지로 향하느냐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FA시즌이 본격화된 뒤 나란히 함께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쉽지 않은 일이다. 두 선수를 모두 품으려면 엄청난 연봉을 감당해야 하는 탓이다. 이재영은 현재도 3억2000만원으로 양효진(31·현대건설), 박정아의 3억5000만원에 이은 연봉 3위에 올라있어 영입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베팅해야만 한다. 이다영은 연봉이 1억8000만원에 불과하지만 FA 계약을 맺고 나면 연봉은 이보다 더 수직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연봉총액 상한선(샐러리캡)이 존재하는 프로배구에서 단 두 선수에게 엄청난 연봉을 지출하게 되면 팀 운영이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여자배구 샐러리캡 확대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향할 수밖에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9일 이사회를 열어 여자부 샐러리캡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급상승 중인 여자배구의 인기를 고려해 확대 규모는 현재 14억원에서 대폭 오른 20억원 가까이 될 전망이다. 일부 구단은 이보다 더 많은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예정대로 샐러리캡이 많이 늘어날 경우 단숨에 팀 중추를 완성할 수 있는 이재영, 이다영의 동시 보유에 도전하는 팀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