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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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의 '무리수' 될까? 이재명의 '무리수' 될까?

개발 닻 올린 공공 배달 앱 명암은?…“건설원가 높다고 지자체가 건설업도 할 것인가” / 이재명 "업체 과도한 이윤 추구에 자영업자들 나락으로" / 군산시와 협약, 독자적 공공 배달 앱 구축 박차 / "지방정부, 민간 영역까지 침범" 우려 목소리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관련 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쏘아 올린 공공 배달 앱 개발의 운용을 놓고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업체를 견제하고 공공성을 강조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실효성과 형평성 측면에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 지사는 9일 강임준 군산시장과 만나 공공 배달 앱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1위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배민)’이 이달 초 일방적으로 요금제를 개편하며 촉발된 공공 배달 앱 논쟁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달아오른 공공 배달 앱 논란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강 시장과 ‘군산시 배달의 명수-공공 배달 앱 기술 및 상표 무상사용 업무협약’을 맺고, 배민에 대응하는 독자적 공공 배달 앱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앞서 이 지사는 이달 초 배민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요금제를 바꾸자 독과점의 횡포라며 공공 배달 앱 개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강 시장도 앞선 이 지사와의 통화에서 군산시가 개발해 운용 중인 ‘배달의 명수’ 상표 공동 사용 등에 합의했다.

 

이 지사는 협약식에서 “우리나라 배달 주문시장의 새로운 혁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강 시장도 “사용을 원하는 (다른) 자치단체가 있다면 최대한 돕겠다”고 화답했다.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와 강임준 군산시장은 9일 경기도청에서 '군산시 '배달의 명수'-공공 배달 앱 기술 및 상표 무상사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 제공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출시된 ‘배달의 명수’에는 지난 2일까지 20여일간 모두 5344건의 주문이 몰렸다. 주문 금액은 1억2700만원에 달했다. 배민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다만 출시한 뒤 첫 주말 이틀간 하루 평균 242건에 머물던 주문 건수는 보름 만에 355건으로 50%가량 급증했다. 

 

‘배달의 명수’는 수수료·광고료 제로화에 나서며 소상공인에게 환영받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자리매김하진 못하고 있다. 민간 배달업체의 할인쿠폰 살포에 고전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배달의 명수’가 자리를 잡은 군산에서도 민간 배달업체들은 3000∼6000원까지 할인쿠폰을 뿌리며 공공 배달 앱과 경쟁 중이다. 혜택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쉽게 공공 앱으로 옮겨오기 힘든 이유다. 

 

현재 경기도는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공공 배달 앱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민간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구축 △외부 전문 기업 활용 △전문 인력 채용을 통한 직접 개발 등이다. 어느 경우라도 특정 민간 기업에 혜택을 준다거나 전문 인력까지 고용해 지방정부가 배달 앱까지 만들어야 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사진=뉴스1

◆“원가 부풀린 건설사 막으려 건설사도 운영할 것인가” vs “민간역량으로 개발해 운영할 것”

 

아울러 지방정부가 민간의 영역인 배달 앱까지 개입해 어느 정도 활성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앱이 공공 앱으로 운영될 때 관리와 홍보, 혜택 측면에서 민간 기업보다 불리한 측면이 많다”며 “장기적으로 효과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도권 일부 시군에서 의욕적으로 출범한 배달 앱들은 현재 이용자와 가입업체 부족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배달 앱 구축과 운영에 도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중소 자영업자들의 수수료를 낮추거나 면제하기 위해 만드는 배달 앱에 투입되는 세금에는 평소 배달 앱을 사용하지 않는 도민들의 돈도 상당수 포함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민간이 담당해야 할 분야가 따로 있다”며 “온전히 민간에 맡기고 나머지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제재를 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배달 앱의) 수수료가 비싼 건 맞다”면서도 “건설사가 원가를 부풀린다고 정부가 개입해 (건설사를) 따로 만들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독과점으로 선택할 여지가 없어진 상황에서 궁여지책을 만드는 것”이라며 “공공 앱이라고 공무원이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공적 역량으로 투자는 하되 민간역량으로 개발해 운영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지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배달의 민족 등 배달 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며 “공공 앱 개발과 사회적 기업을 통한 운영, 배달기사(라이더) 조직화와 안전망 지원 등 경기도 차원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