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큰 위기와 가장 큰 침묵’, ‘2000년 만의 슬픈 휴식’.
전 세계 과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지구의 날’(22일)을 기념해 지구 입장에서 전한 메시지다. 여전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각국에서 많은 이들이 사투 중이지만, 역설적으로 지구는 점차 깨끗한 환경과 평화를 되찾고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전 세계적 유행) 상황은 인간의 위선에 대한 경고 알람이기도 하다.”
지난 8일 영국 언론 더 태블릿과 가진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이들 과학자와 학자의 말에 힘을 실었다.
교황은 또 “시간이 흐르면서 지난겨울 호주 산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고, 18개월 전 북극 빙하의 해빙으로 인한 보트 전복사건을 기억하는 이도 없다”며 코로나 19와 관련해 “자연의 복수일지 알 수 없지만 자연의 반응인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의 원인과 백신을 찾기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의학자와 생물학자들이 고군분투 중이지만 여전히 명확한 밝혀지거나 개발이 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가장 유력한 가설 한 가지는 인간의 인위적인 영향으로 생겼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코로나19 이전 우리 인류는 지구환경을 코너 끝까지 몰고 갔었다는 점이다.
전 세계는 해마다 3억3000만t의 플라스틱을 생산했고, 이 중 단 9%만 재활용했다. 12%는 소각돼서 지구의 온도를 올렸고, 79%는 땅과 바다에 폐기물로 버려졌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생산된 88억t에 이르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마천루로 유명한 미국 뉴욕 맨해튼을 3.2㎞ 깊이로 묻어버릴 수 있는 양이다. 우리가 해양에 버린 폐기물은 약 5조개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지구를 400바퀴 감을 수 있는 거대한 띠를 만들었다. 나아가 해류로 모여 태평양 한가운데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등장했다. 약 1조8000억 개의 플라스틱으로 형성된 이 섬은 남한 면적의 15배 크기다. 그 이름은 ‘태평양 대쓰레기장’(Great Pacific Garbage Patch)을 의미하는 영어 약자 GPGP로 불린다.
인류는 지구의 70%를 이루는 해양을 이미 40% 이상 오염시켰다. 오는 2048년이 되면 자연 생태계에서 물고기를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더라도 2050년에는 바다에서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의 수가 더 많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2010∼12년 단 2년 동안에만 전 세계에서 230㎞²의 산림이 파괴됐다.
지구의 모든 것을 무상으로 활용하고 파괴해 버렸던 인류는 정작 이번 위기에서 보듯 자연 앞에 여전히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해발 8846m까지 치솟아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Mt. Everest) 정상에서 인간은 온전히 숨 쉬거나 제대로 서 있기 어렵다. 겨울철 온도가 영하 70도까지 떨어지는 남극을 비롯한 북극, 그리고 깊은 해저에서의 삶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지구는 무려 45억4000만살이며, 무게는 59해7219경㎏이다. 더불어 남·북극을 잇는 1만2713.6㎞의 지름을 가진 행성이며, 적도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둘레만도 4만75㎞이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밀림의 면적만 무려 700만㎡인데, 인도(330만㎡)의 2배가 넘는다. 이 지역에서만 10만종이 넘는 무척추 동물과 40만종이 넘는 식물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동·식물 종의 10%가 서식한다. 아마존강의 길이는 약 7000㎞다. 세계에서 국토 길이가 남북으로 가장 긴 칠레(4800㎞)를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2003∼07년 단 5년간 아마존에서 벌목된 밀림 면적은 서울의 약 100배가 넘는 7만2000㎢다.
이런 점만 보아도 현재까지 지구가 견디고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 코로나19는 시간이 지나면 극복될지 모른다. 하지만 인류가 호주 산불이나 아마존 대화재처럼 또 금세 코로나 위기를 잊어버린다면 그때는 그 누구도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환경 이슈는 전 세계에서 인구 비율로 플라스틱 제품 및 일회용 상품 소비에서 압도적 1위 국가인 한국이 중요하게 천착해야 하는 문제다.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물품을 기업도 생산해서는 안 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소비자가 ‘No’라고 외치는 순간 그 어떤 기업도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역대 최악의 재앙이지만, 지구환경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