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은 오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 결과에 관심이 뜨겁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시선은 '총선 이후'를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여론조사 블랙아웃(여론조사 결과 공표 및 보도 금지)기간 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흐름상 총선 결과는 정부여당에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그간 선거와 거리를 둬온 문 대통령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경제위기 등 각종 현안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내달 10일이면 취임 3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집권 후반기 여러 개혁 등 국정 과제를 달성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뉴스1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총선 후 문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일단 금주까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방역 대응에 집중을 하겠지만, 앞으로 닥쳐올 경제 위기의 파고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셀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에 대한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우리 경제는 위기의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22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6%(28억 달러) 감소하는 등 이른바 ‘코로나19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올 1분기 경제동향과 전망을 다룬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역성장 전망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비상경제회의 구성을 지시하고, 같은달 19일부터 지금까지 4차례 비상경제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를 통해 10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와 소득하위 70%가구에 가구당 100만원(4인 기준)씩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결정해 발표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총선 이후엔 경제위기 대응이 당면 과제가 아니겠느냐"며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위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위기이다 보니 그 여파가 엄청날 것이고, 그에 따른 우리 경제의 충격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잘 대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를 지켜야 국민의 삶을 지키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내주 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해 고용문제를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13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살리기의 시작도 끝도 일자리"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 수출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을 상대로 기업인 등 필수인력의 이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한편,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진단키트 등 우리의 방역제품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코로나19 특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범정부지원단도 금주부터 본격 가동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상도 문 대통령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부활절을 맞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많은 분들이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문명사적 전환점 앞에 서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는 의료와 방역, 경제와 산업, 외교와 문화를 비롯한 전 분야에서 확연히 다른 세상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마지막 확진자가 완치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포스트 코로나' 구상에 있어 핵심 키워드는 '연대와 협력', '사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연대와 협력'을 꼽아왔고, 코로나19가 초래할 사회 변화를 연착륙시킬 방안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제시한 바 있는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이후 나타날 사회 변화의 중심에 '사람'을 둘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통화에서 "세계가 제2차 세계대전 전과 후가 달라졌듯이 코로나19 사태 전후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는 모든 정책과 전략의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모디 총리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문명사적인 현상"이라며 "어떤 개인이나 개별국가 혼자서는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연대와 협력', '사람이 먼저'라는 정신이 반영돼 지금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 앞으로 모든 상황의 변화에도 이런 정신이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달 10일 취임 3주년을 맞는 문 대통령은 총선 이후 그간 속도를 내지 못했던 각종 개혁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민들이 ‘포용’, ‘혁신’, ‘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하긴 했지만, 이번 총선이 정부여당의 승리로 귀결된다면 국정운영에 대한 추동력을 얻은 문 대통령으로선 각종 개혁 작업이 '확실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해선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법안의 후속조치를 마무리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장관,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한 후속조치 보고를 받은 뒤 "수사와 기소에 성역을 없애고 사정기관을 바로세워야 한다"면서 "검찰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국무총리 소속 공수처 설립준비단과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추진단 설치해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한 경제 대책의 신속한 이행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3차 회의에서는 생계지원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됐고, 4차 회의에서는 큰 틀에서 경제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수출 업계에 대한 지원책이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1~4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도출된 긴급 지원책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와 국민에게도 감사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방역 당국을 중심으로 모두의 노력이 함께 모인 결과, 방역 전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의 방역 성과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으며 국가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