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해 180석에 달하는 의석을 확보하는 등 압승을 거둔 것과 관련해 총선 전 ‘180석 발언’으로 질타를 받았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200석도 확보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예측이 현실화했지만 “앞으로 정치비평을 그만하려 한다”고 선언했다.
유 이사장은 16일 새벽 KBS 개표 방송에서 “(180석 발언을) 안 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 재단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민주당에서는 조심스러워서 130석 달성에 플러스알파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비례 의석을 합쳐서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오만의 극치”라며 선거 막판 총공세를 폈고,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누가 국민의 뜻을 안다고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느냐”(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저의가 있다”(양정철 민주연구원장)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지나친 낙관론으로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발언의 당사자인 유 이사장 역시 선거 전날 유튜브 방송에서 “보수 쪽에서 (제 발언을) 악용할 빌미를 준 것이 현명하지 못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압승이 아니고 통합당의 선전으로 나타나면 저는 돌 맞아 죽게 생겼다”며 “희망 섞인 기대였다, (통합당이) 빌미가 필요했는데 제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선 개표 결과 유 이사장의 발언은 현실이 됐다. 개표가 끝난 이날 오전 10시25분 기준, 민주당과 시민당은 180석으로 전체 의석 300석의 5분의 3을 단독으로 차지했다. 여기에 열린민주당 3석과 정의당 6석을 합하면 범진보 진영은 189석으로, 개헌을 제외한 모든 일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통합당은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합해도 103석에 그치면서 힘을 잃게 됐다.
유 이사장은 이날 개표 방송에서 정치비평을 관두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그는 “이번에 많은 것을 느꼈다”며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안 해야 할 말도 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제 나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3년간 해왔는데, 다른 분이 하도록 저는 좀 멈추고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1년 반 남은 기간을 마치고 원래의 일상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