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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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석 거대 여당… ‘대통령 4년 연임제’ 현실화되나

민주화 이후 첫 ‘180석 여당’ 시대 / 행정·사법 이어 국회권력까지 장악 / 패스트트랙 가동·개헌안 발의 가능 / 정책 일방 추진 땐 책임 떠안아야 / 전문가 “국회운영 野와 상생 필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전체 의석(300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했다. 재적 5분의 3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의결정족수다. 따라서 ‘절대 의석’으로 불린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 정당이 절대 의석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끝난 21대 총선에서 전체 지역구 의석 253석 중 민주당은 163석을 차지했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에선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33.35%를 득표해 17석을 차지했다. 민주당과 더시민 의석을 합치면 180석에 달한다.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33.84% 득표)을 얻어 ‘개헌저지선’인 100석보다 3석 많은 103석 확보에 그쳤다. 정의당은 지역구 1석과 비례 5석 등 6석, 국민의당은 비례 3석, 열린민주당도 비례 3석을 얻었다. 무소속 출마자는 5명이 당선됐다. 이로써 국회는 ‘제3지대’가 사실상 사라진 민주당과 통합당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4월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에서 “원외지역위원장이 모두 내년에 당선되면 240석이 된다.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쯤 될 것”이라며 4·15 총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야당은 “오만하다”고 비판했지만 이 대표의 입법권력 쟁취 약속은 현실이 됐다.

민주당이 차지한 180석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하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시킬 수 있는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이 가능한 의석이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주요 입법과제인 검찰·사법개혁 등을 야당의 반대에도 통과시킬 수단을 손에 넣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이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추진했던 개헌도 추진할 수 있다. 헌법개정은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해야 한다. 과반을 훌쩍 넘긴 민주당은 개헌안 단독 발의가 가능해졌다. 개헌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석까지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등과 연합하고, 뜻이 맞는 다른 야당 일부 의원을 설득하면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이 21대 국회에선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21대 총선을 압승하면서 행정부와 지방정부에 이어 입법부 권력까지 차지하게 됐다. 21대 국회가 들어서면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선 압승으로 야당 견제가 약화된 상황에서 민주당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오롯이 그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한 경고성 목소리가 반영돼 속도조절에 나선 것처럼 문재인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가 민의의 전당에서 반영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총선 압승은 ‘독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양승함 교수는 “민주당이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기조를 바꾸긴 쉽지 않겠지만, 2년 후 대선을 생각해 경제 문제 등의 정책적 전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에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칼자루를 쥐여줬다는 것을 인지하고 안정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야당과 협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귀전·곽은산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