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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온라인 개학, ‘학부모 개학’ 우려 현실로… 직장맘은 월차 쓴다

입력 : 2020-04-20 15:01:47
수정 : 2020-04-20 15: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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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1~3학년생 온라인 개학… 접속장애 여전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정에서 용산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초등학교 1∼3학년생을 대상으로 3차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 혼자 수업을 듣는 건 어렵다”며 사실상 ‘학부모 개학’이라고 걱정했다.

 

어린 자녀들이 아직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앞선 온라인 개학에서 발생한 접속장애 우려로 이날 각 가정에서는 부모가 휴가를 내고 함께 원격수업을 봐주는 풍경이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학교 긴급돌봄교실에서도 접속 장애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며 혼란이 이어졌다.

 

초등 저학년생이라는 특성상 온라인 접속부터 과제물까지 모든 단계를 일일이 챙겨야 해서 일부 학부모들은 아침 일찍부터 진땀을 빼야 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한 자녀에게만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다자녀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은 더욱 컸다.

 

초등 3학년은 윗학년처럼 컴퓨터와 스마트기기를 사용한 쌍방향형·콘텐츠·과제 제공형 원격수업을 받는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1∼2학년의 경우 아직 자기 주도적 학습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텔레비전을 이용한 EBS 방송 중심의 원격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앞선 1·2차 온라인개학 때도 문제가 됐던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혼란이 이어졌고 접속이나 과제 등의 돌봄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모 초교에서는 긴급돌봄을 신청한 2학년생 16명이 EBS 온에어에 접속조차 하지 못해 제대로 수업을 듣지 못했다.

 

학생들은 원래 수강하기로 했던 EBS 수업 대신 유튜브로 학교 역사를 안내하는 대체 동영상을 시청했다.

 

옆 컴퓨터실에선 3∼6학년 10여명도 자율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었지만, 일부 학생은 1시간 가까이 EBS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조차 할 수 없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부모 개학’이라는 푸념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자녀의) 온라인 수업 첫날 떨린다”며 “과제는 또 어떻게 제출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들 숙제가 엄마 숙제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엄마 개학 시작”이라며 “컴퓨터 켜주고, 알려주고, 숙제 도와주고, 둘째가 방해하면 막아야 하고, 밥도 차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아이가 어제 너무 늦게 자서 깨워도 못 볼 것 같아서 그냥 안 깨우고 출석체크만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접속 장애는 중학교 3학년생과 고등학교 3학년생이 원격수업을 듣기 시작한 1차 온라인 개학 때부터 지속해온 문제다.

 

전례 없이 많은 학생이 홈페이지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온라인개학이 이뤄진 9·13·14일에 모두 1∼2시간씩 접속 장애가 생긴 것이다.

 

앞서 이달 9일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에 이어 16일 중·고교 1∼2학년과 초등 4∼6학년이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이날 초등 1∼3학년이 마지막으로 온라인 개학에 합류해 원격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총 540만명가량에 달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