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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총선 표심은 ‘국정 안정’… 입법부 개혁 국민 여망 부응해야” [황용호의 一筆揮之]

국회 6선 최다선 고지 오른 박병석 의원 / 꽉 막힌 정국 푸는 ‘조정자役’ 평가받아 /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유력 후보 / 당선인들과 논의 거쳐 의견 따를것 / 싸움질하지 않고 일하는 국회 만들어야 / 협치 중요하지만 성과물 요구 뜻 담겨 /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법도 개정해야 /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돌파 집중할 때 / 재난지원금 신속·과감하게 집행 필요

“내 마음속에는 늘 ‘민심은 바다와 같고, 정치인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민심이라는 바다는 정치인이라는 배를 순항시키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을 수도 있다. 180석에 무거운 책임감을 절감하고 문제를 잘 해결하고 미래의 일을 개척하는, 즉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유능한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21대 국회에서 6선으로 최다선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의 4·15 총선 평가다. 충청권은 역대 선거에서 대한민국 ‘평균 표심’을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충청권 28곳 가운데 20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했다. 이 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은 그로선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는 충청권 다선 의원 대부분이 지역 정당 출현 등 특수성으로 당적을 변경하곤 했는데 한번도 당을 옮긴 적이 없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충청권 맹주인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아성을 뚫고 새천년민주당 간판으로 국회에 첫 입성한 그는 2008년 18대 총선에선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의 거센 지역 바람에도 대전에서 혼자 살아남는 저력을 보였다.

 

돋보이는 성실성과 균형 잡힌 의정 활동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중진 의원으로 당직과 무관하게 꽉 막힌 정국을 푸는 ‘조정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대 국회 최다선(8선)인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이 2017년 10월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어려울 때 대화하고 문제를 풀려고 한 사람은 박병석 의원밖에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게 여태껏 회자된다.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 출신으로 2년 전 국회의장 당내 경선에서 문희상 의장에게 20표 차이로 아깝게 진 그는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작 박 의원은 “총선 당선인들과 논의과정을 거쳐 그분들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제가 적임자라고 그분들이 생각하면 그때 가서 입장 정리를 할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지난 2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나 정국 현안 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는 등 4연승을 기록했다.

“중도층이 시대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데 그들은 지금 안정을 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정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큰 흐름이 있었다. 코로나19 진정이 국민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미래통합당은 현 정부가 대처를 잘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비난으로 일관했다. 그것이 국민에게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반대하는 야당이라는 인상을 준 것 같다. 특히 야당 원내대표와 몇몇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라고 말해 내 귀를 의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 3년이 안 되는 정당이 자기반성도 없이 촛불 시민들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한 데 따른 유권자의 응징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80석을 가진 ‘슈퍼 여당’이 됐다.

“여러 가지 분위기상 과반의석 기대는 했지만 180석은 기대 이상이었고,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만큼 국민이 정부와 여당에 신뢰를 준 것이고, 우리는 이를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여 이 엄혹한 시기를 잘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단기적으로 코로나19를 빨리 진정시키는 일, 조기 종식해야 한다. 둘째, 경제위기 돌파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세계와 대한민국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대책 등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총선에서 지역주의가 재현됐다는 평가도 있다.

“의석 분포를 보면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득표율을 보면 우리 민주당은 부산에서 40%대, 대구·경북에서는 30%대를 얻었다. 지역 구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완화되는 추세는 분명히 보인다. 호남에서의 석권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에 표를 줬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각 당이 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인물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6선으로 최다선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지난 2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은 입법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며 “총선 표심에는 협치도 필요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개혁의 성과물을 내놓으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하상윤 기자

―거대 양당이 비례위성 정당을 만들어 의석을 싹쓸이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았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본래의 좋은 뜻을 훼손시켰다고 본다. 그래서 검토가 필요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의 취지는 표 얻은 만큼 의석을 가져가고,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대표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었는데 선후로 보면 미래통합당이 위성 정당(미래한국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상대방이 합의된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역주행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형제정당을 만들었지 않나.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또 비례위성 정당 원내교섭단체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는 또다시 민심을 거역하는 일이다.”

―여권 일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를 거론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돌파에 집중할 때다. 검찰도 국민의 신뢰를 받고, 바로 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씀하지 않았나.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민심과 함께 가는, 민심보다 반 발짝 먼저 가는 것은 괜찮지만 민심보다 너무 멀리 가면 역풍을 맞는다.”

―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입장은.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소위 ‘코로나 뉴딜’이라고 부를 정도로 과감한 규모가 필요하다. 둘째는 신속한 집행이다. 셋째는 이를 취급하는 금융기관과 공직자의 면책범위를 넓혀야 한다. 면책범위를 확대하지 않으면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가 불가능하다. 감사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공개적으로 서면 약속을 하고 필요하면 국무총리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지금 생계와 일자리, 생존의 문제가 달려 있는데 지급 시기를 늦추면 버틸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속히 지급하고 상위 몇 %를 제외할 것인지는 정밀검토한 뒤에 하자. 지금 있는 분에게는 재난지원금이 긴급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당장 생계에 위기를 맞고 있는 분들, 하루가 급한 자영업자들에게는 선별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 안 된다. 아동수당 지급 때도 야당의 요구로 ‘소득 상위 몇%를 제외’하는 데 2개월이 걸렸고, 비용도 수백억 원이 들었다. 먼저 지급하고 그다음에 상위 10% 뺄 것인지, 다 줄 것인지는 다시 논의해 연말정산에서 환급하면 된다.”

―최다선 의원으로서 각오가 있다면.

“국민은 입법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싸움질하지 않고 일하며 품격 있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21대 국회가 안고 있는 숙제다. 또 총선 표심에는 협치도 필요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개혁의 성과물을 내놓으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의원 활동은 크게 의정 활동, 지역 활동, 외교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으뜸은 의정 활동이다. 의정 활동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아야 한다. 국회 불출석 의원에 대한 세비 삭감, 의원 징계 강화, 국회 운영 상시화, 신속한 법안 처리 등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동료 의원이 징계하면 엄격한 처벌이 어렵다. 윤리특위에서 외부인의 결정권 비중을 높여야 한다. 헌법에 규정된 의원 의무를 위반할 경우 의원직을 파면하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 국회법도 개정해야 한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공동선대위원장 겸 ‘국민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과 과제를 총정리했다. 당선 후 100일간 로드맵을 만드는 책임을 맡았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과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번 총선 민심은 야당도 정부·여당의 발목만 잡지 말고 큰 틀에서 협조할 일은 협조하라는 것이다. 지금은 국난극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이 긴요할 때다. 이것이 총선 민심에서 나타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나는 야당 정책위의장 시절인 2008년 이명박정부 초기 세계금융위기 때 정부가 1000억달러 지급보증동의안을 국회에 긴급 요청했는데, 조건 없이 사인했다. 야당도 국익을 위해선 결단할 때는 결단해야 한다.”

―초선 의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국회의원은 공익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헌신적인 자리다. 선출직 공직자는 어항 속의 물고기와 같다. 공직자로 선출된 그 순간 ‘내 삶은 국가와 공익을 위하고, 개인의 것이 아니다’라는 헌신적인 자세를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한다. 또 모든 결정은 투명하고 바르게 해야 한다.”

황용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