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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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다고 완전승리 아니고, 패했다고 완전패배 아니다 [총선 득표율 분석해보니]

더불어시민당 총득표율 33.35% 불과 / 열린민주당 5.42%… 합쳐도 40% 안 돼 / 의석수로 보면 민주 163석 합해 180석 / 단순다수대표제인 소선구제가 만든 결과 / 영남선 사실상 참패… 후보득표율은 ‘선전’ / 전문가 “한끗 차이… 민심 과대포장 안 돼”

역대 총선에서 금배지의 주인공을 가른 가장 적은 표차는 단 3표였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는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를 3표차로 꺾고 당선됐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인천 동미추홀을의 무소속 윤상현 후보가 171표차로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후보를 제치고 배지를 달았다.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모든 걸 쟁취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동시에 사표를 대거 양산하고 민심을 과대 포장하는 부작용도 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늘어난 의석에 비례해 지지율이 높아진 건 아니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4·15 총선 득표율은 33.35%였다. 10명 중 3명이 민주당을 지지한 셈이다.

 

하지만 의석 수로 보면 민주당 지역구 163석에 비례 17석으로 180석에 달한다. 전체 국회 의석의 60%에 해당한다. 단순다수대표제인 소선거구제가 만들어낸 결과다. 민주당 출신 인사가 창당한 열린민주당 득표율은 5.42%로 둘을 더해도(38.77%) 40%에 못 미친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동안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순 있지만 60%의 민심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영남에서 의석을 대거 잃었지만 각 후보의 득표를 보면 4년 전보다 선전했다. 다만 1등 독식 구조 때문에 영남에서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20대에 12석이었던 영남 의석은 이번에 7석으로 줄었다. 대구·경북(TK)에선 대권 잠룡인 김부겸 의원까지 낙선하며 전패했다.

 

4년 전에 이어 이번에 부산에서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각 선거구에서 모두 상당한 표를 얻고 2등을 했다.

부산 사상의 배재정 후보는 20대 총선에선 4만1055표(35.87%)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5만9346표를 얻으며 득표율도 46.54%로 올랐다. 현역인 김해영 후보는 부산 연제에서 통합당 이주환 당선인에게 3.21%포인트(4070표차) 밀리며 낙선했다. 김 후보가 얻은 표는 4년 전 5만1867표에서 이번에 6만570표로 이전보다 늘었다. 부산 중구영도의 김비오 후보와 서구동구의 이재강 후보도 1만표 이상 늘어났다.

경남에서도 무소속 김태호 후보가 당선된 산청함양거창합천과 창원성산을 빼면 민주당 후보가 모두 2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남에서 사실상 참패했지만 소선거구제 하에서 실패했을 뿐 세세히 들여다보면 기반이 잘 형성된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한 끗’ 차이의 결과로 민심을 과대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겼다고 해서 완전한 승리가 아니고 패했다고 해서 완전히 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민주당도 ‘조국 사건’ 때 진영 논리에 빠진 채 패권주의적 모습을 보여주며 민심을 잃었지만 상대적으로 통합당보다 지지를 받은 것”이라며 “작은 차이로 선거 결과는 또다시 확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