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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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에 국한된 건 아냐”… 민주당, 오거돈 ‘성추행’ 논란에 사과

디지털성범죄 대책 내놓은 날 되레 성추문 ‘악재’… “곤혹스럽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0대 여성 성추행을 인정하며 23일 자진 사퇴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대국민 사과하고 오 전 시장의 제명 징계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 측은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예방 강화에 나서겠다”면서도 “우리 당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연합뉴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 중 사퇴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부산시정 공백이 불가피하게 된 것에 대해 부산시민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어 “민주당은 성추행 등 성 비위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의 원칙을 지켜왔다”며 “오 시장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원칙으로 즉각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따라 엄중하게 징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일(24일) 윤리심판원 회의를 열고 오거돈 전 시장을 제명할 방침을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이 회견 계획이 있다는 것을 오전 9시30분 부산시당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알게 됐다”면서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과 상의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측이 총선을 고려해 오 전 시장의 비위 사실을 덮어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반박한 것이다.

 

오 시장 보좌진이 성추행 사실을 알리는 것을 4·15 총선 이후로 미루자고 제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런 일이 있다면, 조치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검토될 수 있다”고 답했다.

 

윤 사무총장은 오 시장이 성추행 사건을 바로 당에 알리지 않은 경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오 시장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사건이 총선 일주일 전쯤 발생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늦춰온 데 대한 부산시당의 답변은 ‘피해자 심리상태가 안정돼 있지 않아서, 상담센터에서 피해자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 급했다’고 얘기해서 그렇게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당 고위인사의 성 관련 문제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우리 당의 선출직 공직자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선출직 공직자들이 성평등·성인지 감수성 부분에서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안희정 지사, 정봉주 전 의원, 민병두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이 줄줄이 엮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논란 등이 거론됨에 따라 성추문이 ‘민주당만의 일’로 비쳐질까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건으로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총장은 “공천 과정에서도 이런 소문이 있는 경우 단 한 분도 공천을 주지 않았다. 공직자 자격기준을 강화해왔음에도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어떤 말씀으로도 위로가 될 수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피해자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했다. 또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당내 교육 등 제도적 예방 강화에 나겠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여성 인권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현역 광역단체장이 자신의 입으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자진 사퇴하는, 보고도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안 전 지사, 정 전 의원, 김남국 당선인 등의 논란을 거론하며 “성추행 이후 오 시장의 행보는 파렴치를 넘어 끔찍하기까지 하다. 주변 사람을 동원해 회유를 시도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날 디지털 성범죄 관련한 대책을 내놓은 민주당을 겨냥해 “대책 운운하기 전에 당장 본인들부터 돌아보라"며 "법적 책임은 물론이고, 민주당은 석고대죄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오 전 부산시장은 이날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그 한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고 말하며 자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추문으로 현직 광역단체장이 자진 사퇴한 것은 2018년 초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이후 처음이다. 이후 안 전 지사는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오 전 시장은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이런 잘못 안고 시장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부산시장 도리 아니라 생각했다”며 “모두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해나가겠다.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께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