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락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자 반대로 원유 선물가격 하락에 ‘베팅’을 하는 상장지수증권(ETN)들이 23일 일제히 급락했다. 금융감독원은 가격 변동이 극심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연계 상품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재차 내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주식시장에서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는 전 거래일보다 25.85% 급락한 2만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한 인버스 브렌트원유 선물ETN(H)’(-20.41%), ‘KODEX WTI원유 선물인버스(H)’(-19.88%), ‘신한 인버스 WTI원유 선물 ETN(H)’(-18.68%) 등도 동반 하락했다.
추락한 인버스 종목은 원유 선물가격을 역으로 추종하는 ETN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역베팅’구조다.
반면에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률이 오르는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 ETN(H)’(30.00%), ‘미래에셋 원유선물혼합 ETN(H)’(27.17%)은 폭등했다. 또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 ETN(H)’의 괴리율은 전 거래일 종가기준 -2.48%에서 이날 한때 13.58%로 확대됐다.
괴리율은 시장가격과 내재가치의 차이를 뜻한다. 괴리율이 1000%인 상황에서 수익을 보려면 이론적으로는 뉴욕시장에서 원유 선물이 1000% 이상 급등하거나 거품 낀 레버리지 ETN이 계속 매매돼야 한다. 게다가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손실이 누적되고 롤오버(선물 근월물을 원월물로 갈아타는 것) 리스크도 있어서 실제 수익은 더 줄어든다.
한국거래소는 괴리율이 30%를 초과한 가운데 유동성 공급자(LP)의 보유 비중이 20% 미만이거나 그 외 인적·물적 제약 등으로 LP의 호가 제출이 원활하지 않은 종목들에 한해 단일가 매매를 시행 중이다. 괴리율이 5거래일 연속 30%를 초과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매매거래 중단조치를 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금감원은 이날 WTI원유 선물 연계 상품에 대해 최고 수준인 ‘위험’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재차 발령했다. 최근 투자자들이 WTI원유 선물 연계 레버리지 ETN과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려 시장이 과열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9일 WTI원유 선물 ETN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금감원은 “21일 WTI원유 6, 7월 인도물 가격이 각각 전일 대비 43.4%, 28.9% 하락함에 따라 관련 상품 가격이 급락하고 괴리율은 급등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원유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ETN과 ETF의 내재가치가 급락하게 되며 시장가치가 내재가치에 수렴할 경우 큰 투자손실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ETN은 시장가격이 아닌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상환하므로 (높은 괴리율로 매수한 투자자는) 향후 원유 가격이 상승해도 상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거래소는 코스피 중·소형주로 구성된 ‘코스피200 제외 코스피 지수’를 오는 27일 발표한다. 이 지수는 코스피에서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200 구성 종목을 제외한 지수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는 지수와 코스피200을 적정 비율로 혼합 투자해 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김범수·송은아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