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거주불능 지구/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김재경/추수밭/1만9800원
지난 22일은 ‘지구의 날’ 50주년이었다. 지구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자연보호자들이 제정한 지구 환경보호의 날이다. 지구의 날에 즈음에 출간된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최신 연구 자료와 통계적 근거를 토대로 불과 30년 후에 우리 앞에 현실로 닥칠 재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뉴욕매거진 칼럼니스트이자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 연구원인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기후변화가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끔찍한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인류의 자각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플라스틱 쓰지 않기’나 ‘채식주의’와 같은 개인의 윤리적 각성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막대한 영향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책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거주불능 지구’라는 제목에서 보듯 책은 인류사회를 뒤흔들 ‘살인적인 폭염’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질병의 전파’ ‘재난의 일상화’ 등 재난 시나리오를 위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가 내다보는 인류의 미래는 암울함 그 자체다. 지구 기온 상승에 따라 닥칠 재앙 설명은 구체적이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미국과 같이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하고, 주곡 작물의 수확량이 10% 감소한다. 아메리카 대륙 전역이 매년 한 달 이상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한다. 4~5등급 허리케인 발생 빈도가 25~30% 증가한다.
2도 상승하면 적도의 주요 도시가 거주불능 지역으로 변화하고, 북극의 빙산이 붕괴하기 시작한다. 물 부족을 겪는 인구가 4억명 이상으로 증가한다. 최악의 상황인 5도 상승 시에는 전 지구가 거주불능 지역으로 변하게 된다. 먹어야 할 사람은 50% 증가하는 한편 먹을 곡식은 50% 감소한다. 영구적인 가뭄 띠가 온 지구를 둥글게 포위하고, 북극의 일부는 열대지역으로 바뀌고 만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 속에 결국 지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이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행성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질병의 전파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이러스가 기온이 오르면 더욱 강하고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돌이 행성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듯, 얼음도 일종의 기후 장부 역할을 한다. 북극의 빙하에는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공기 중에 퍼진 적이 없는 질병이 갇혀 있다. 인류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질병도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이런 질병이 얼음 밖으로 나오게 되지만 오늘날 우리의 면역체계는 대응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감염병 학자들은 특히 지구온난화 때문에 현존하는 질병이 장소를 옮기고 관계망을 바꾸고 심지어 진화를 거듭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짐에 따라 감염병의 세계화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현재 말라리아에 걸리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이미 매년 100만명이 사망하지만 현재로선 미국 메인주나 프랑스에 사는 사람이라면 말라리아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열대 지방이 점점 북상하고 그에 따라 모기가 함께 이주해 온다면 걱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은행에서는 2030년이면 36억명이 말라리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리라 예측한다. 그중 10억명은 순전히 기온 상승 때문에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된다고 경고한다. 21세기가 지나가는 동안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와 같은 감염병의 그늘에 놓일 처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류사회 대응은 여전히 느긋하고 한가하기만 하다. “나처럼 지적인 사람도 안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학자들이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를 거부하며 한 말이다. 2017년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더욱 자신만만하게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에 들이닥쳤을 때 사망자가 3000여명에 이르렀는데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트럼프만 비난할 일은 아니다. 지금 전 세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온갖 이상기후와 재난에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딱히 제대로 된 조처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후변화는 더 이상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북극곰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자연의 문제’로만 국한할 수 없으며,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으로부터 동떨어진 곳에서 동물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식의 감성적인 접근은 오히려 기후변화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수많은 환경 관련 책들이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켜 깨끗한 ‘녹색 자연’의 입장에 서서 인간의 행위를 꾸짖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기후변화야말로 인간이 자신의 문명을 파괴하는 ‘자살 행위’이자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대량 학살’의 범죄임을 명백하게 밝혀낸다.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기후변화는 단순히 자연이 인간에게 가하는 ‘복수’도 아니고, 인간이 손쓸 도리가 없는 자연의 ‘처벌’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나쁜 태도는 이미 찾아온 재난 앞에서 인간은 어찌할 수 없다는 ‘절망’과 ‘체념’이라며 섣부른 종말론이나 허무주의도 경계할 것을 당부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