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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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고 담백… 고단백 영양식에 활력 불끈! [김셰프의 낭만식탁]

장어/ 민물장어, 바다장어보다 지방함유량 높아 / 숯불구이·탕·샤브샤브 등 요리법 다양해 / 천혜향·생강으로 향낸 후 버터에 구우면 굿
장인이 계시는 여수를 갈 때마다 항상 방문하는 곳이 있다. 바로 장어 요릿집이다. 민물장어와 바닷장어는 어느 것이 더 맛있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매력이 있다. 양식에서는 내가 어떻게 이 장어를 요리해 볼지 늘 생각한다. 오늘 장어는 천혜향과 생강으로 향을 내고 갈색 버터에 구운 뒤 파슬리를 뿌려 맛을 내보았다. 깻잎, 생강, 사과를 곁들여 코스의 중간에도 부족함이 없는 접시를 담아본다.
버터에 구운 장어

#활력을 돋우는 보양식

흔히 몸보신용이라고 하는 몸에 좋고 활력을 돋우는 음식들이 있다. 삼계탕은 남녀노소가 다 좋아하는 대표적인 몸보신 음식이다. 싱싱한 낙지가 들어간 연포탕, 큼지막한 전복을 통째로 찐 전복찜이나 내장을 곱게 갈아 넣은 전복죽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몸보신 음식이다. 꼬리곰탕이나 양고기도 허한 몸의 기운을 북돋워 주기에 매우 인기가 많다. 이런 음식들은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고 몸이 벌써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몸보신 음식 중에서 평소에는 잘 먹진 않지만 가끔 생각나는 별식이 있다. 바로 숯불에 구운 장어구이다. 생선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장어는 특별하다 싶을 날엔 꼭 찾아 먹는 나의 보양식이다. 가격대가 대체로 비싼 편이지만 기름이 번질거릴 정도로 잘 구워진 장어를 생강과 마늘을 곁들여 한입 넣으면 높은 가격에 망설이던 주머니 사정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입안 가득 행복한 맛이 고루 퍼진다.

장인을 찾아뵐 때면 항상 함께 가는 ‘맛집 코스’가 있다. 첫 번째가 큼직한 꽃게가 들어간 얼큰한 꽃게탕 집, 두 번째는 게장골목 근처에 있는 장어집이다. 여수에서 잡아올린 꽃게로 만든 꽃게탕 또한 자다가도 생각날 정도로 맛있는 요리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술안주하기 딱 좋은 이 장어를 더 선호한다. 방금 잡은 장어를 숯불에 자글자글 구운 뒤 함께 나온 갓김치를 곁들여 장어와 함께 먹으면 소주 한 잔이 한 병이 되는 것은 찰나이다.

서울에서는 주로 민물장어라고 불리는 뱀장어를 먹었는데, 민물장어는 상대적으로 바닷장어보다 지방함유량이 높아 기름진 맛이 강하고 부드럽다. 바닷장어는 그런 민물장어보다는 조금 더 씹는 맛이 있고 단백하다. 민물장어는 회류성 어류로 어린 시절을 보내기 위해 강으로 올라온다. 그 치어를 잡아 양식을 한 것이 우리가 대부분 접하는 민물장어다. 사료를 먹이고 튼튼하게 키우는 과정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민물장어의 맛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닷장어는 양식이 어렵다. 바다가 키우는 그 맛 그대로이다. 민물장어와 뱀장어는 서로 누가 더 위라고 말할 것이 없이 늘 행복을 불러오는 맛이다.

장어구이

#다양한 종류의 장어들

1814년 쓰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갯장어가 ‘견아려’로 소개되고 속명은 ‘개장어’로 나온다. 우리나라 서남부 해안에 분포하며 평상시에는 근해에서 얕은 모래진흙 바닥이나 암초 사이에 살다 때때로 깊은 바다로 이동하기도 한다. 1893년에 편찬된 ‘조선통어사정’에 따르면 갯장어는 경상도 바다 도처에 서식하지만 닮은새가 뱀과 같아 잘 잡지 않고 먹기를 꺼려해 일본인에게만 판매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귀한 장어를 즐겨 먹지 않았지만 지금은 점차 식성과 기호가 변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식재료가 됐다.

갯장어를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는 잔 칼집을 내 회로 먹거나 펄펄 끓는 육수에 담가 먹는 샤브샤브 인데 일부 지역에서는 ‘하모 샤브샤브’라고도 한다. 하지만 하모는 일본 말로 틀린 표기다. 갯장어가 주로 일본에 많이 수출됐고 먹는 방식 또한 일본식과 비슷한 ‘유비키(끓는 물에 살짝 데침)’여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방식의 샤브샤브라는 방법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5월에서 11월까지 잡히는 갯장어는 사시사철 잡히는 붕장어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요리를 한 상태라면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살짝 어렵지만 먹어본다면 갯장어는 잔가시가 간질간질 입안에 걸리고 붕장어는 잔가시가 적고 살이 더 부드럽다.

붕장어는 자산어보에 해대려(海大?)로 나오는데 ‘눈이 크고 배 안이 묵색으로 맛이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충남과 황해도에서는 ‘붕어지’, 함경남도에서는 ‘뱅찬’, 진도에서는 ‘참장어’, 전남에서는 ‘짱애’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흔히 ‘아나고’라고도 하는데, 하모와 같이 일본어 표기이므로 붕장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부르도록 하자.

붕장어는 5∼9월이 제철이나 사실 사시사철 구할 수가 있고 맛에 별 차이가 없다. 질 좋은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붕장어는 비타민 A가 풍부해 회로 즐겨 먹는데 생강과 함께 먹으면 맛을 돋워 주고 생강 특유의 살균력으로 식중독 또한 예방할 수 있다.

흔히 민물장어라고 하는 뱀장어는 민물고기로 장어류 중 유일하게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올라가는 회류성 어류이다. 바다로 올라가는 실뱀장어를 그물로 잡아 양식을 통해 얻은 장어들이 우리가 주로 식용으로 소비하는 장어들이다. 바닷장어보다 지방질이 풍부하고 부드럽다. 개개인의 입맛마다 다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민물장어의 풍부한 맛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민물장어가 바닷장어보다 가격이 비싸다. 바닷장어는 어획량이 많아 공급이 원활하지만 민물장어는 양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치어를 잡아다 길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완전 양식도 어렵다. 수요는 같으나 공급이 적으니 대략 30%가량 민물 장어가 더 비싸다.

오스테리아 주연·트라토리아 오늘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천혜향과 생강으로 향을 내 버터로 구운 붕장어

 

■재료

 

손질된 붕장어 130g, 천혜향 1/2ea, 생강 15g, 무염버터 50g, 후추some ,깻잎 2leaf, 사과 1/4ea, 레몬즙 10ml, 이탈리아 파슬리챱 some, 소금 반꼬집, 화이트 와인10ml

 

■조리법

 

①장어는 잔칼집을 낸 뒤 화이트와인에 살짝 절여 놓는다.

 

②프라이팬에 약한 불로 버터를 녹이고 천혜향 껍질과 생강을 넣고 향을 내준다.

 

③ 수분을 제거해 준 장어를 껍질 쪽으로 놓고 버터를 장어에 끼얹어 주며 익힌다.

 

④ 버터가 갈색이 되어 향이 나면 장어를 뒤집어 마저 익힌 뒤 꺼내어 다진 이탈리아 파슬리와 소금을 살짝 뿌려준다.

 

⑤ 깻잎은 채썬 후 튀겨주고 레몬즙에 절인 사과를 곁들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