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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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혈세 1억원 들여 키운 경찰 엘리트, 로스쿨로 ‘우르르’

경찰대 출신 입학생 올 57명 최대 / 한 해 입학생 100명의 절반 넘어 / 학비 면제·병역 의무 특혜 받아 / “보신주의 좇는 도덕적 해이” 비판 /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맞물려 / 로펌서 러브콜… 경찰 출신 몸값 ↑ / “정체된 대학분위기도 한몫” 지적

경찰대 출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생이 올해 처음 50명을 넘었다. 로스쿨 설립 이후 역대 최대다. 경찰 간부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돼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경찰대 졸업생들의 잇따른 로스쿨 진학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28일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에 따르면 올해 전국 24개(중앙대 제외) 로스쿨에 입학한 경찰대 졸업생은 최소 57명에 달했다. 한 해 경찰대에 100명 남짓이 입학하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이 넘는 숫자다. 중앙대 로스쿨은 올해 신입생의 출신학교 현황 공개를 거부했다.

 

경찰대 출신 로스쿨 입학생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국 25개 로스쿨에 경찰대 출신 27명이 입학했다. 특히 올해는 경희대 로스쿨에만 경찰대 졸업생 11명이 입학해 전체 신입생의 16%를 차지했다. 사준모 등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로스쿨이 첫 입학생을 받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로스쿨에 입학한 경찰대 졸업생은 모두 270명에 달한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6년간 경찰로 의무복무를 해야 하지만, 국비지원액(지난해 기준 5887만원)을 상환하면 퇴직이 가능하다.

 

경찰대생 1명이 졸업하기까지는 학비와 품위유지비, 기숙사비, 식비 등 약 1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신입생까지는 경찰대 졸업 후 의무경찰 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면 병역을 마친 것으로 인정해주기도 했다. 로스쿨 관문을 통과하고 사표를 내는 현직 경찰관들도 있다. 2015년 감사원 감사에서 로스쿨 편법 진학이 적발된 경찰대 출신 경찰관 39명 중 16명이 퇴직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 이후 대형 로펌들의 경찰 출신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경찰대 출신이 로스쿨로 몰리는 이유에는 경찰대 내부 분위기도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서장 출신의 박상융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현재 경찰대는 무료 로스쿨 학원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교수진의 변화가 없고, 진급이 어려운 것도 아닌 정체된 분위기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어학 공부나 시험 준비 등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대를 졸업한 한 현직 경찰은 “경찰대가 법학과와 행정학과로만 나뉘다 보니 사시·행시 준비를 하는 사람이 많아 사실상 고급 경찰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의미는 퇴색됐다”고 전했다. 경북에서 근무하는 A경정은 “현직 입장에서는 대학 입학 시부터 학비 면제와 졸업 후 병역 혜택 등 각종 특혜를 받은 것이 오히려 우월주의를 조장해 조직이 아닌 본인의 보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덕적 해이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현직 경찰관이 휴직하거나 업무와 병행하며 로스쿨에 진학하기란 원칙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르면 연수 휴직은 지정 기관에 한해 2년 이내로 가능하다. 3년 과정의 로스쿨은 대상 기관에서 빠져 있고, 공무원 인사 실무에도 로스쿨 연수를 목적으로 한 휴직이 불가능하다고 돼 있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B경정은 “경찰관이 일과 시간에 로스쿨에 입학해 강의를 듣고, 육아·연수 등 목적으로 휴직한 뒤 로스쿨을 다니는 것은 휴직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해 감찰 대상”이라며 “어떤 부서에서 어떤 형태로 근무하든 편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로스쿨 졸업이 불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로스쿨 재학 중인 경찰 간부들과 입시 관계자들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지만 불기소 처분됐다. 검찰은 이들이 로스쿨 입학에 위계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로스쿨 재학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행정징계사항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