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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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휴직 싫으면 관둬”… 계약·특수고용직 ‘코로나 갑질’에 두번 운다

취업자 절반 고용보험 미가입 실정 / 고용지원금 대상 안돼 해고 급증 / 남은 직원은 연차 사용 강요 당해 / “휴업급여 대상 확대 등 대책 시급” / “직장 내 괴롭힘 진정 81% 미해결”
#. “대기업 면세점에서 일하는 업체 파견직입니다. (회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편이 축소돼 단축 근무를 시행한다며, 일단 무급휴직과 권고사직 중에 선택을 하라고 합니다.”

#. “우리 회사는 매출이 줄어들기만 하면 책임을 직원에게 돌립니다. 동료가 무급휴직에 들어가면 남은 직원들이 두 배의 일을 해야 해서 몸에 무리가 오고 스트레스가 심각합니다.”


최근 많은 직장인이 직장 내 괴롭힘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무급휴직·해고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3월 통계 기준으로 취업자 2661만명 중에서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6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절반 수준”이라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계약직, 하청·용역 등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은 오늘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영향이 없는 업종에 종사한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상사의 폭행과 폭언, 모욕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가 지난 3∼4월 제보받은 사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파생된 직장갑질은 적잖다. 코로나19 때문에 무급휴가로 쉬고 있다는 한 학원강사는 “교육부에서 휴원 권고를 해서 학원이 쉬고 있다”며 “원장님은 무급휴가로 쉬기 싫으면 학원을 그만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한 계약직 사원은 “저희 병원은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정난을 인력 감축과 연차 강요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며 “연차가 없는 직원들에게는 내년 연차를 미리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출근 시에 근무 중 담당할 환자가 더 이상 없을 시에는 반차를 사용하거나 반차를 쪼개 사용하게 해 일찍 퇴근하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방역 시스템처럼 ‘해고 대책’ 역시 절실하다”며 △해고·권고사직 일시중지 △계약·파견·하청·특수고용직 휴업급여(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모든 실업자에 실업급여 지급을 촉구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열린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단체는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 기준 총 3347건의 직장 내 괴롭힘 진정 사건의 81.1%가 취하되거나 부적절 종결됐다”며 “이는 고용노동부가 직장갑질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고도 주장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