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아들의 범죄인 인도를 담당하는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가 논란을 일으켰다. 탄원서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 반응이 기사로도 나왔다.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이도 있었으나 오히려 탄원서에 분노했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필자도 손씨 아버지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탄원서의 내용이 손씨에 대한 판결문과 범죄인 송환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아 틀린 점이 있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손씨 아버지는 탄원서에 미국에서 기소건을 상세하게 나누어 9개지만 국내에선 포괄적으로 2건을 기소해 이미 판결문에는 ‘음란물 제작 배포 등’으로 라고 해 ‘등’이란 글자에 자금세탁이 포함돼 선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비트코인이 수십차례 미국 환전소로부터 한국의 은행으로 옮겨진 과정을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한 만큼 미국에서 주장하는 자금세탁 부분도 기소할 명분이 없을뿐더러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019.5.2 선고 2018노2855’ 사건이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 2항(영리 목적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 판매 배포 제공 공연전시의 점 포괄)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74조 1항 2호, 44조의 7 1항 1호(정보통신망 이용 음란 영상 등 배포 판매 공연전시의 점 포괄)를 적용하여 손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손씨 아버지가 주장하는 범죄수익 은닉죄는 전혀 재판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범죄 은닉수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3조는 손씨를 재판한 법원이 고려하지 않았다. 손씨 아버지가 주장하는 ‘등’은 자금세탁 범죄가 포함되어 적시된 것이 아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포함되어 있어 ‘아동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으로 판결문에 나와 있는 것이다.
또한 경찰과 검찰에서 손씨를 상대로 수십차례 비트코인을 미국 환전소로 옮기고, 다시 한국의 은행으로 옮긴 과정을 조사한 것은 그가 2018년 3월4일부터 약 2년 8개월 동안 아동 성착취물에 대한 대가로 비트코인을 이용하여 수익을 창출했고, 이를 국내외 다수의 거래소로 옮기거나 재투자하는 등으로 치밀하게 자금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즉 검찰과 경찰은 손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조사한 것이지, 자금세탁 관련 범죄를 추궁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손씨 아버지는 “삼권분립의 주권국가에서 법 집행이 끝난 재판이 형이 적다고 자국민을 미국으로 보낸다는 것은 이중처벌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선례에 부담감을 남길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손씨는 오로지 아동청소년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만 처벌을 받았다. 자금세탁 범죄로는 처벌받지 않은 만큼 이중처벌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다.
반인륜적, 반문명적 범죄인 아동 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범죄에 대해 미국으로 범죄인을 송환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겨 놓는 것이 왜 ‘부담’이 된다고 하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오히려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교훈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손씨 아버지의 주장은 손씨가 받아든 판결문의 내용과 달라 모순이 많아 보인다.
분명히 말하고 싶다. 이번 건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아동의 미래를 철저하게 짓밟은 형사 사건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