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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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환경오염·농작물 병충해 예방… 미생물 하나면 ‘OK’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지속가능 농업 핵심 키워드 부상 / 토양오염에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 농진청 연구 통해 살충제 분해균 찾아 / 폐비닐·잔류농약 처리 연구개발 착수 / 친환경 미생물제 개발해 병해충 예방 / 작물 체질개선에도 활용해 피해 막아 / 식품발효에도 효과 커 관련연구 총력

#1. 농촌에서 비닐하우스와 바닥 덮기 등에 사용된 비닐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있다. 이런 폐비닐들은 오랫동안 썩지 않고 토양을 오염시킨다.

#2.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무농약 농법이 주목받고 있다. 병해충 발생이 많아 생산성이 낮은 것이 걸림돌이다.

#3. 막걸리, 전통장, 식초 등은 건강에 이로운 발효식품이다. 맛과 건강기능을 증진하는 것이 큰 관심사다.

1995년 설립된 농업미생물은행(KACC)은 미생물자원을 안정적으로 보존하며 연구 등 목적으로 분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진은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들여다보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이들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통된 답이 있다. 바로 ‘미생물’이다. 생물은 크게 동물, 식물, 진균(곰팡이), 원생생물, 원핵생물(세균)로 나뉘는데 이 중 동물과 식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이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지구 생명체 다양성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자연의 분해자이자 동식물의 동반자인 미생물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작물을 건강하게 관리하며 발효식품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두루 도움을 준다. 미생물이 지속가능한 농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농촌진흥청은 이 분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영역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심각한 농촌 환경오염 ‘미생물’로 해결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은 40여년 전 사용했던 맹독성 물질인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이 원인이었다. 살충제는 그만큼 토양 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독성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이제는 미생물로 처리할 수 있다. 농진청은 연구를 통해 토양 속 농약 성분을 분해하는 데 효과가 있는 몇몇 균주를 선발했다.

살충제 분해균인 스핑고비움은 카두사포스를 2일 이내 완전히 분해하고 에토프로포스 등 유기인계 살충제 6종을 분해할 수 있다. 살균제를 분해하는 미생물 스핑고모나스는 토양에 잔류하는 살균제 디페노코나졸을 일주일 이내 무독화하는 효과로 특허를 받았다. 가축 사육 두수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축병, 분뇨, 악취 역시 미생물이 해결한다. 전통 식품과 토양에서 악취가스를 줄여주는 미생물 2종을 분리해 가축 급이용 생균제를 개발했고, 생균제에 잣송이 가루를 첨가해 축사 처리제로 개발한 뒤 상용화했다. 이 미생물제를 사용한 결과 돼지 몸무게가 4.8㎏ 증가하고 사료비가 10.2% 절감되는 등 생산성이 높아졌으며, 축사 악취가스가 70~90% 줄어들었다.

비닐과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은 검정 단계에 있다. 농경지와 폐기물 매립지 유래 균주 87종의 분해 효과 연구가 진행 중이다.

폐플라스틱과 비닐이 지구의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최근 몇 년 사이 환경오염 해결을 위한 미생물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농진청은 폐비닐과 잔류농약을 처리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올해 시작해 앞으로 5년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식물 건강을 이롭게 하는 미생물

토양 잔류농약을 분해하기에 앞서 농약 사용을 줄인다면 환경오염을 더 빨리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농약 대신 미생물을 이용해 병충해를 예방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도 십여년간 이어지고 있다. 균핵병과 흰가루병 등 농작물 병해충을 예방하는 친환경 미생물제는 농진청이 특허 기술을 이전해 농가에 보급한 대표적 사례다. 오이 흰가루병 방제용 미생물제는 인도, 베트남 등 7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고추탄저병, 복숭아혹진딧물 등에 효과가 좋은 미생물과 대황주출물 복합제도 시제품으로 개발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 피해가 잦아짐에 따라 작물의 체질을 개선해 장해를 예방하는 미생물도 개발됐다. 복합 스트레스 저감 미생물 베리오보랙스는 식물호르몬과 식물 스트레스 물질 분해 효소를 생성해 작물이 염류와 온도 장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염류 피해 저감 미생물인 바실러스 메소나에는 2017년 특허출원해 최근 제품으로 출시됐다.

일반에 가장 널리 알려진 미생물 기능은 ‘식품 발효’다. 장류, 김치, 막걸리 등 발효식품은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설명할 때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최근 농업계는 발효식품의 맛, 향, 건강기능을 높이기 위한 미생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농진청은 막걸리 품질을 높이면서 제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고품질 속성 누룩 18종과 양조용 곰팡이를 활용한 막걸리 제조법을 개발했다. 초산 생성능력이 2배 이상 강화되는 식초용 종균을 개발하고 그를 이용한 발효식초를 상품화했다. 고문헌으로 전해 내려오던 시금장 등 전통장류를 미생물을 통해 복원하기도 했다.

미생물의 중요성이 대두하면서 세계적으로 미생물을 포함한 유전자원 관리가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생물 유전자원에 대한 관리국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나고야의정서가 2017년 발효됨에 따라 자원 확보 경쟁과 관리가 더욱 강화했다.

농진청은 “환경문제 개선, 발효미생물 연구 강화, 식물 병해충 예방 외에도 하이브리드 농약 개발, 미생물 활용 가축 면역 증진 기술 등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미생물은행을 통해 미생물 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맞춤형 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