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 생겨나는 모바일게임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민식이법’ 게임처럼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게임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게임 제작 도구와 방법 등이 유튜브나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널리 공유되며 모바일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게임은 ‘주제’가 중요한데 이슈성 게임은 비교적 메시지와 소재 등이 명확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을 통해 다운로드 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2016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게이트’ 당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최순실의 말 키우기’, ‘슈팅순실’, ‘순시리 닭키우기’, ‘빨리와 순실아’ 등 관련 모바일게임이 다수 등장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들 게임은 ‘국정농단 비선실세’의 모습을 묘사하거나 딸 정유라씨의 승마와 관련해 말을 타는 내용을 담는 등 당시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를 소재로 활용했다.
이와 함께 매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집회 인원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 게임들도 등장해 관심을 받았다.
선거운동을 싸움에 빗된 모바일게임도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들이 게임 캐릭터로 등장해 격투 대결을 펼치는 이 게임은 홍 전 대표가 ‘홍트럼프’라는 자신의 별명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용한 기술을 쓰거나 의사 출신 안 대표가 주사기를 던지는 등 각 정치인의 특징을 게임에 담았다.
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버젓이 올랐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소식을 전하는 뉴스부터 시작되는 이 게임은 경찰을 피해 다니며 감옥에서 탈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일명 ‘땅콩회항’ 사건이 이슈가 될 당시에는 비행기를 조종해 땅콩을 피하는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 앱 후기 역시 “뉴스를 보고 답답했는데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좋았다”는 호응과 “불편하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 일부는 수만 회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시장에 쏟아지는 모바일게임… 철저한 심의 쉽지 않아
문제는 이들 게임이 풍자와 재미를 강조하지만 실제 논쟁이 되는 사안을 다루는 만큼 윤리적 비판 역시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게임사 입장에선 이런 비판적 관심조차 홍보에 되레 이득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풍자게임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무료 게임으로 나오는 게임은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슈가 되는 걸 노리고 게임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 게임사와 경쟁하는 개인이나 소규모 게임사의 경우 성공한 게임 형식에 관심이 가는 소재를 덧씌워 짧은 시간에 이슈성 게임들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게임을 만들면 구글이나 애플에서 사전심의를 하고 보통 하루 내에 승인이 나 오픈마켓에 올라가는데, 성인물이나 도박성이 있는 것이 아니면 통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애플의 경우 사전 승인이 까다롭지만 구글은 비교적 자유롭고 사후 심의를 해도 논란이 크지 않은 이상 풍자게임 정도로 삭제가 되진 않는다”고 전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따르면 구글, 애플 등 모바일 오픈마켓에는 한 해 약 50만개에 달하는 게임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 양이 방대해 게임위는 0.02% 정도의 게임만 선정성, 폭력성, 윤리성 등 심사를 통해 등급을 설정한다. 대부분은 오픈마켓 안에서 검수를 받아 등급이 정해지는 구조다.
게임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대부분 각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게임 등급을 관리하고 게임위는 사후관리 측면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게임은 나라마다 다른 윤리적 기준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 전범기 등에 민감한데 이런 정서에 안 맞는 부분을 9명의 위원이 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글, 애플 등은 자체적 윤리기준에 따라 게임을 심사하고 있다. 구글은 ‘민감한 사건’을 다룬 콘텐츠에 대해 “자연재해, 잔혹행위, 물리적 충돌, 죽음 또는 비극적 사건을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거나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앱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애플은 “모욕적이거나, 사람들의 기분을 무시하거나, 불쾌함을 주고, 의도적으로 혐오감을 주거나, 매우 저급하거나, 지나치게 공포스러운 콘텐츠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오픈마켓에 앱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플랫폼사가 모든 앱을 기준에 따라 철저히 심사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 관계자는 “앱 게시 기준에 따라 모바일게임을 관리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부적절한 앱을 발견하면 신고를 하는 방법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 “게임도 국민정서 맞아야” vs “사회비판 도구 될 수 있어”
게임을 활용한 풍자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다른 미디어들처럼 게임 역시 ‘표현의 자유’와 ‘윤리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게임의 윤리성은 결국 ‘사회적 합의’와 ‘국민정서’가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며 “게임을 생산하는 업체가 인권영향평가 등을 통해 혐오나 차별 가능성 등을 따져 논란을 사전에 방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풍자’를 이용한 게임의 창의성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위 교수는 “게임은 상호작용적 미디어라서 충분히 사회비판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시리어스 게임’이란 장르도 존재하는데 환경보호 등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게임에 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군주’란 게임이 광화문에서 벌어진 탄핵 반대시위를 다뤘고, 해외에서도 ‘동물의 숲’이란 게임을 통해 홍콩 송환법 반대시위를 소개하는 등 게임을 활용한 유저들의 메시지 전달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사회적인 것이 아니라면 게임도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