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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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관계 복원 나선 北… 김정은, 시진핑에 구두친서

김정은, 시진핑 주석에 구두친서 / “코로나 방역사업 승기” 추켜세워 / 5월 초 GP 총격사건 뭉갠 북한 / 우리측 서해 합동훈련 맹비난 / “적대행위 중단 정면 위반” 강변 / 국방부 “군사합의 위반 아냐” 반박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내며 코로나19 사태로 단절됐던 양국 협력관계 복원에 나섰다. 북한 인민무력성은 최근 실시된 한국 공·해군의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에 대해선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중국이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감염증 방역사업에서 성과를 이룩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구두친서를 보내시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구두친서를 통해 “전대미문의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확고히 승기를 잡고 전반적 국면을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는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면서 축하하시였다”고 전했다.

‘구두로 전달한 편지’ 정도의 뜻을 갖고 있는 구두친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는 아니지만 북한에서 종종 사용해왔던 메시지 전달 방식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추정컨대, 지도자의 지시를 구두로 적어서 인편 또는 외교채널을 통해서 그 뜻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1일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위문 서한을 보내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중국 공산당에 지원금을 전달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중국과도 교류를 차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난 2019년 5월 20일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확산 기세가 다소 꺾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북한이 구두친서를 보내 교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북제재에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북한의 경제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북한은 남측 서해훈련에 대해선 군사합의 역행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인민무력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지난 6일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실시한 방어훈련을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특히 서해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 데 대해 온 민족 앞에 확약한 북남(남북)군사합의에 대한 전면 역행이고 노골적인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절대로 스쳐 지날 수 없는 엄중한 도발이며 반드시 우리가 필요한 반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담화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매체인 노동신문에 실린 것은 이례적으로, 그 의미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대남 비난 담화를 주로 통신 등 대외매체를 통해 발표해왔다.

인민무력성 대변인이 언급한 훈련은 지난 6일 공군공중전투사령부(공중전투사)가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해군2함대와 함께 실시한 합동 방어훈련이다. 북한은 지난 3일 발생한 북한군의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해선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합동방어훈련이 남북군사합의서에 명시된 해상 적대행위 중지 해역이 아닌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이뤄져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동훈련은 군사합의를 준수한 가운데 군산 서방 해상에서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백소용·박수찬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