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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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통한 일자리 창출… 경제위기 돌파구 될까

文, 경제상황 인식 어느 때보다 엄중 / “밝은 미래 장담 못 해” 절박함 호소 / ICT 인프라 바탕 ‘디지털 강국’ 도약 / 규제개혁·稅혜택 없인 달성 힘들어 / 3년간 소주성·최저임금 인상 역효과 / 부동산 과열 등 경제정책 성과 못 내

‘100년 전 대공황’,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 ‘바닥이 어디인지,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절체절명의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기념연설을 통해 보여준 경제상황 인식은 어느 때보다 엄중했다.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연설 곳곳에 담겼다.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 그대로다. 하지만 격량 속에서 ‘대한민국호’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해법 제시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밝힌 경제 구상은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고 ‘한국판 뉴딜’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규제개혁이나 세제혜택 등 해법 없이 이루기 쉽지 않은 목표다.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원격의료를 언급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文 대통령 특별연설 듣는 청와대 실장들 노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계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 도약”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선도형’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우수한 인프라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고,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과 가능성도 인정받고 있다.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온라인 교육, 온라인 거래, 방역과 바이오산업 등 포스트 코로나 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경제를 선도해 나갈 충분한 역량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장점을 살려 혁신 벤처와 스타트업이 주력이 돼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으로 한국을 도약시키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경제 발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공장 가동 중단 없이 코로나19 극복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세계는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역량을 갖춘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이는 우리나라에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프로젝트로 한국판 뉴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도 강조했다. 5G(5세대 이동통신)·데이터 인프라 구축, 의료·교육·유통 등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국가기반시설 스마트화 등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투자 성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년 경제정책 대체로 “글쎄”

문재인정부는 출범과 함께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경제정책의 뼈대로 내세웠지만 지난 3년간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가 너무 빨라 부작용을 불렀고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엄포에도 일부 부동산시장은 과열됐다. 혁신 기업을 상징하는 ‘타다’는 기존 업계의 반발에 사업을 접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임금이 오르면 내수가 살아나고 기업도 잘되는 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기업이 잘 돼야 임금이 오르고 내수가 살아난다는 기존 ‘트리클 다운 효과(낙수효과)’와 다른 인식이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상승에 부담을 느낀 일부 업종의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를 불렀다.

2018년 기준 전체 일자리(2342만개) 중 64%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은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결정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 보완입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으로 가격이 하락했던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잠실 5단지 주공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 출범 이후 20차례나 부동산 관련 대책을 쏟아내며 주택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보유세 부담을 대폭 늘렸으나 부동산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를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춤한 것을 제외하면 수도권 집값은 집권 초기와 비교할 때 크게 올라 있는 상태다. 부동산114와 KB국민은행 등 시장 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 누적 상승률은 40%가 넘는다.

혁신성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기존 산업의 반발을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공유 경제’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타다’는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여야 모두 등을 돌리면서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기대감이 높아진 ‘원격진료’ 허용 문제는 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으로 예상됐지만,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원격진료가 아닌 ‘비대면 진료’로 일찌감치 한 발 후퇴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박세준·이우중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