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악용한 성 착취물 공유방의 시초 격인 ‘n번방’의 개설자 ‘갓갓’(대화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n번방의 최초 운영자인 24세 남자 대학생 갓갓에 대해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과 세계일보 취재 등을 종합하면, 갓갓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해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9일 갓갓을 피의자로 특정해 소환 조사를 했다. 이후 갓갓에게 자백을 받고 긴급체포했다.
갓갓은 그동안 완전범죄를 자신하며 10개월 동안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 고등학생으로 신분을 위장하는가 하면 추적이 어려운 문화상품권으로 대화방 입장료를 받는 치밀함도 보였다.
갓갓은 지난해 2월부터 텔레그램에서 1번에서 8번까지 번호를 붙인 ‘n번방’을 만들었다. 이용자 수는 방 하나당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700명에 이른다.
그는 트위터에서 ‘일탈계’를 운영하는 미성년자들을 주요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일탈계는 ‘일탈 계정’의 줄임말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의 신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인증하는 계정을 뜻한다. 갓갓은 일탈계 사용자에게 “사진과 개인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며 가짜 인터넷주소(URL)가 포함된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가짜 URL에 접속한 피해자들이 트위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갓갓은 개인정보를 확보해 협박했다. “부모에게 알리겠다”거나 “친구가 일탈계를 알고 있냐”며 피해자들을 압박해 원하는 사진과 영상을 받아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갓갓은 1년 동안 자신이 시키는 것을 모두 수행한 노예들에 대해서는 촬영물을 유포하지 않고 풀어주겠다고 말했지만 그가 요구하는 행위들은 상상 이상으로 가학적이고 고통스러운 것들이었다”며 “그가 시킨 일을 피해자가 해내지 못하면 그때부터 촬영물과 신상 정보 유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갓갓은 20~30명의 피해자에게서 받아낸 수백 개의 영상을 n번방에 배포했다. 1만원어치의 문화상품권 핀(PIN) 번호를 받고 수익도 올렸다. 갓갓은 8월쯤 ‘와치맨’인 전모(38)씨가 개설한 ‘고담방’에서 “입시로 활동을 그만둔다”고 말한 뒤 텔레그램에서 종적을 감췄다.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25)과 오른팔 격인 ‘부따’ 강훈(19), ‘이기야’ 이원호 육군 일병(19), 고담방 ‘와치맨’ 등을 붙잡은 데 이어 갓갓까지 검거했다. 주범 중 아직 붙잡지 못한 사람은 박사방 ‘사마귀’ 정도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갓갓을 마지막 남은 중요한 피의자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박사방’과 조주빈 관련 성착취물 제작 공유 및 사기범행 관련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성착취물 공유방의 주요 공범 14명 중 11명에 대한 수사를 이번 주에 마무리하고, 나머지 수사도 조만간 종결할 예정이다. 사마귀는 계속 쫓고 있다.
안동=배소영 기자, 박지원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