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등 여성 성착취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제작·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의 공범 의혹을 받는 전직 거제시청 공무원이 2차 공판에서 “상호 동의 하에 영상을 찍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던 첫 공판에서의 입장이 변화한 것이다. 10여명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배포한 혐의를 받는 그가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15세 미성년자 피해자가 증인으로 재판에 설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12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천모(29)씨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천씨는 이날 재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한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던 기존 주장을 번복했다. 천씨 측 변호인은 일부 동영상에 대해 “상호 동의 하에 휴대전화를 들고 찍은 동영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공 혐의도 “촬영된 영상물이 객관적으로 볼 때 아·청 음란물로 볼 수 있는지 의심스러워 일부 부인한다”며 “몰래 찍은 영상도 굉장히 멀리서 찍어 성관계 동영상이라는 것만 인식할 수 있다. 아·청 음란물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변호인은 일부 증거에 대해서도 메시지 출력 내역이 천씨에게 불리한 것만 편집해 제출됐다는 등의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다.
변호인이 증거에 반박함에 따라 미성년 피해자를 증인으로 부를 수밖에 없게 됐다. 다음 재판에서는 15세 피해자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천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26일 오후 5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거제 시청 소속 공무원이던 천씨는 ‘박사방’ 운영에 가담해 10여명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해당 혐의와 조주빈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천씨에게 2017년 3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을 협박해 전화하거나 영상 등을 찍게 한 혐의, 130여개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
이 외에 검찰은 천씨가 조주빈과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 추가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3일 조주빈을 14개 혐의로 기소하면서 천씨는 당장 공범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함께 기소하지는 않았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