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미·중 무역 합의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코로나19로 미국이 입은 손해 배상을 중국에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미·중 재협상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합의에 서명했다”면서 “나도 그들이 그들에게 나은 합의로 만들기 위해 무역협상을 재개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수십 년 간 미국을 이용했다”면서 “그들이 서명한 합의를 지키는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그들이 근원적으로 막았어야 했다”고 코로나19가 해외로 확산한 데 따른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정부 내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 인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이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데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중국에 요구했다. 나바로 국장은 “이것은 그들을 벌주는 문제가 아니라 중국, 중국 공산당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문제”라며 중국에 청구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국장은 “우리가 이 전투를 치르기 위해 책정한 비용이 10조 달러에 가깝다”고 말했다. 나바로 국장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미국에 수조 달러의 피해를 줬으며 어떤 형태로든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 고문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이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서 사기로 약속한 미국산 제품 목표치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고 CNBC 방송이 보도했다. 케네디 고문은 올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상품 수출이 600억 달러(약 73조 4400억원)가량이 될 것이고, 이는 미·중 합의 이행에 필요한 1866억 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액수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