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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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으로 관심 높아진 ‘지역화폐’, 침체된 지역경제 살릴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사회적 의의에도 제한된 사용처라는 한계 뚜렷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내놓은 지역화폐가 긴급재난지원금을 계기로 새롭게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별다른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역화폐 사용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소비자에게는 소비의 여력이 생기고, 소비자의 구매를 통해 지역 상인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며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역화폐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가맹점 확대와 불법 현금화 단속 등 여러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지역경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할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85% “지역화폐 사용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서울과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만 15~6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역경제 및 지역 화폐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이 결정되면서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가운데, 대다수 소비자들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 지자체별로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발행하고 있고,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지역화폐로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한 것으로 보여졌다.

 

전체 응답자의 76.2%가 이러한 논의과정 속에서 최근 들어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미 지역화폐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경기 지역 거주자(84.6%)가 서울 거주자(67.8%)보다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으며, 진보 성향일수록 지역화폐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모습(보수 67%, 중도 보수 69.9%, 중도 진보 84.3%, 진보 83%)도 엿볼 수 있었다.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발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우세했다. 전체 65.5%가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발행해도 괜찮다고 응답한 반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목소리(31.5%)는 적은 편이었다. 지역화폐로의 발행이 좋다는 의견은 20대~50대(10대 40%, 20대 66%, 30대 68%, 40대 71.3%, 50대 66.7%, 60대 58.1%)에서 좀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지역화폐의 사용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5%가 지역화폐의 사용이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바라봤다.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을수록 이런 인식(보수 64.8%, 중도 보수 78.9%, 중도 진보 92.3%, 진보 95.1%)이 보다 뚜렷했으며, 경기 지역 거주자(90%)가 서울 거주자(80%)에 비해 지역화폐의 효용성을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에서 향후 지역화폐의 사용이 더욱 주목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실제 대다수(76.7%)가 코로나19로 인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필요성이 크게 증가한 것 같다는 주장에 공감하였으며, 그로 인해 지역화폐를 도입하려는 지역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10명 중 7명(70.2%)에 달했다.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충분히 가져볼 수 있다.

 

다만 지역화폐의 사용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졌다. 지역 내 대형 프랜차이즈 직영점과 백화점 등에서도 지역화폐의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견(48.2%)과 현행 방식대로 지역 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위주의 가맹점에서만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견(45.3%)이 크게 대립되는 것이다.

 

◆사용처 지역내로 제한, 프랜차이즈 직영점에서 사용 어려운 점 한계로 지적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지역화폐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66.5%, 중복응답)는 것이었다. 특히 중장년층이 지역화폐의 사용이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10대 52%, 20대 64%, 30대 62.9%, 40대 71.3%, 50대 69.3%, 60대 71.4%)을 보다 많이 내비쳤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에 도움을 주고(59.2%), 지역소득의 지역 내 순환을 가능케 하면서(52.2%),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는데도 도움을 줄 것(45.6%)이라는 예상을 많이 했다.

 

대체로 중장년층과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물론 지역화폐의 사용이 현금 및 카드 대비 할인혜택이 많고(34.1%), 소득공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32%)는 이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사회적 효과에 더 많이 주목하는 40대~60대에 비해 20대~30대는 지역화폐의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개인적 이득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뚜렷했다.

 

반면 사용처가 지역 내로 제한적(58%, 중복응답)인 부분은 지역화폐의 가장 큰 단점으로 평가되었다. 그 다음으로 프랜차이즈 직영점과 대기업 매장에서 사용이 어렵고(48.5%), 결제시스템이 잘 구비되어 있지 않으며(43.2%), 이용이 어려운 계층이 존재한다(42.4%)는 점도 많이 지적되었다.

 

그밖에 불법 현금화의 가능성(35.5%)도 지역화폐의 단점 중 하나로 꼽혔으며, 보수층을 중심으로 시민 세금 부담의 증가(23.7%)와 지자체 및 정부의 재정상황 악화(16.1%)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지역화폐와 관련한 인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대체로 ‘지역화폐’의 긍정적 역할에 주목을 하고 있으나 일부 우려하는 시각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선 지역화폐 도입에 대한 기대감은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다수의 소비자가 지역화폐를 통해 동네 골목 상권을 살릴 수 있고(69%),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65.7%)며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지역화폐가 활성화되더라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전망(20.1%)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역화폐의 사용이 지역 내 소득의 외부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에도 10명 중 6명(59.5%)이 공감을 했다.

 

진보적 성향일수록 지역화폐의 사용이 지역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편이었다. 지역화폐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반영하듯 대다수 소비자는 지역화폐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더욱 늘어날 필요가 있고(83%), 이용하는 주민들이 점점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62.8%)는 목소리를 냈다.

 

다만 지역화폐의 사용이 일자리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시각은 적었다. 지역화폐가 활성화되면 지역의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은 10명 중 3명(29%)에 불과했다. 또한 ‘지역간 균형발전’이라는 큰 목표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전체 응답자의 28.9%만이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간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바라봤을 뿐으로, 상대적으로 진보성향 응답자들의 기대감이 큰 편이었다. 결국 지역화폐는 어디까지나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도구일 뿐 일자리 확보와 지역 불균형 해소라는 보다 거시적인 문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한편 13일부터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유통업계에서도 각종 할인혜택 등을 내걸고 관련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재난지원금 '특수'를 가장 많이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주요 대형마트가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생필품이나 먹거리 구매 수요가 몰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CU는 5월 한달간 제로페이 등 지역 화폐로 구매하면 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GS25는 15일부터 생활 안정 상품 122종을 선정해 할인 행사에 들어간다. 세븐일레븐은 15일까지 제로페이로 5000원 이상 구매하면 오뚜기밥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