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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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CCTV서 증거 속속… 전주 이어 부산 실종도 '그놈'일까

전북 완주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부산 20대 실종 여성은 전주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 피의자에 의해 추가로 살해됐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 피의자를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가 범행을 입증할 만한 단서를 속속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부산에서 실종된 20대 여성 B씨의 시신이 발견돼 출동한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13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부산에서 실종신고 된 뒤 보름 가량 지난 전날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여성(29)이 전주 강도살인 피의자 A씨(31·구속)에 의해 살해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이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이유는 지리적으로 먼 곳에 생활하던 여성 B씨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은 데다 전주를 찾은 그녀가 A씨를 만난 이후 변사체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A씨가 차량으로 B씨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 부근을 오간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우선 A씨가 지난달 18일 SNS를 통해 B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은 A씨가 전주에서 평소 아내와 친분이 각별한 30대 여성을 차량으로 납치, 살해한 지 나흘가량 지난 시점이다. B씨는 부산의 한 원룸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하며 한 콜센터에서 일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는 바람에 올해 1월부터 실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이날 자정 무렵 전주 한옥마을 인근 서서학동 인근에서 검은색 혼다 차량에 B씨가 탑승한 모습을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포착했다. 이 차량은 앞서 A씨가 지난달 중순 전주 30대 여성을 납치한 차량과 동일해 경찰은 당시 운전석에 A씨가 탑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9일 납치 살인 혐의로 A씨를 긴급 체포하고, 그의 차량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DNA) 감식 결과 B씨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스1

B씨를 태운 차량은 이날 자정쯤 전주∼남원 간 17번 국도와 완주∼순천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동남쪽으로 향하다 영업을 종료해 불이 꺼진 대성동 한 주유소에서 멈춰 섰다. 이때 B씨가 차량에서 내려 어디론가 내달리자 운전자가 뒤쫓아가 마구 폭행한 뒤 차량으로 다시 끌고 가 뒷좌석에 강제로 태운 모습이 주유소에 설치된 CCTV에 담겼다.

 

차량은 이곳에서 50분가량 머문 뒤 인근 임실 방향으로 향한 뒤 1시간가량 지나 다시 전주 방향으로 돌아왔다. 당시 차량 뒷좌석에는 B씨가 쓰러진 채 탑승해 있었으나, 전주로 돌아오는 길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모습도 도로에 설치된 차량 방범용 CCTV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돌아온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B씨의 시신은 20여일이 지난 이달 12일 오후 3시쯤 이 도로 구간과 맞닿은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농장주가 발견해 신고했다. 당시 시신은 과수원 구석 무성한 풀섶에서 눞혀져 있었고 두 다리가 밖으로 노출된 상태였다고 신고자는 밝혔다.

 

경찰은 곧바로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으나, 시신 부패가 심하게 진행돼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소견을 받아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 4월 23일 오후 전북 진안군 성수면의 한 하천에서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현재까지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A씨를 연쇄살인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구체적인 동선과 살해한 이유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또 A씨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그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강구할 예정이다.

 

앞서 B씨의 아버지는 지난달 29일 “12일쯤부터 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이에 부산 경찰은 실종 여성의 휴대전화를 추적해 전주에 위치한 사실을 확인하고 전북 경찰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A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10시40분부터 이튿날 0시20분 사이 전주 완산구의 한 원룸 근처에서 아내와 알고 지내던 여성(34)을 승용차로 납치·살해해 시신을 하천 풀섶에 유기하고 300만원 상당의 금팔찌를 빼앗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또 이 여성의 지문을 이용해 통장에 있던 예금 48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