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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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父의 '아들 고소'?…이중처벌 금지 노림수

“미국 보내지 말아달라”며 청원했다가 돌연 고소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혐의로 미국 송환 관련 인도 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던 손정우(24)씨가 그의 아버지로부터 돌연 고발 당했다. 손씨가 아버지의 동의 없이 정보를 도용해 범죄수익금을 거래하고 은닉했다는 내용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씨의 아버지가 국민청원을 통해 “용돈을 벌어보고자 시작한 것이고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다”라며 한국에서 여죄를 치르게 해달라는 호소를 했던 터라 고소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폐쇄된 손정우가 운영한 다크웹 ‘웰컴투비디오’ 홈페이지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손씨의 아버지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아들 손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아들이 자신의 개인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수익금을 거래·은닉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할머니의 병원비를 범죄수익으로 지급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다고도 적었다.

 

아버지 손씨의 이 같은 행동은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은 아들 손씨를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법원에 인도 심사를 청구했다. 법원이 손씨에 대한 인도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손씨의 신병은 확보됐다.

 

손씨는 미국 연방대배심에 의해 2018년 8월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서는 돈세탁 혐의만 심사 대상에 올랐다.

 

미국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르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자금세탁 규모가 50만 달러 이상이면 최대 징역 20년, 50만 달러 미만이면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아들 손씨가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국내에서 처벌을 받게 되면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미국 송환은 불발될 수 있다. 아버지 손씨 역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아들의 미국 송환이 가혹하다며 한국에서 처벌을 받겠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아버지가 올린 국민청원 글. 현재 비난 여론에 삭제된 상태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앞서 아버지 손씨는 지난 4일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아달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용돈을 벌어보고자 시작한 것이었고, 나중에는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며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아들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래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고 강도·살인, 강간미수 등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며 “선처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죄를 한국에서 형을 받게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들 손씨는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천여 명으로부터 수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고 아동음란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