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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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 맞는 5·18… 제2의 ‘역사 바로세우기’ 시동

문 대통령 “진실 은폐·왜곡 공작의 실상까지 모두 규명돼야” / 1995년 YS의 5·18 특별법 이후 25년 만의 전면적 진상규명 / 1980년 5월 당시 광주시민 향한 ‘죄책감’과 ‘부채의식’ 토로

문재인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을 포함해 5·18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25년 전인 1995년 김영삼(YS) 대통령의 ‘역사 바로세우기’ 지시에 따라 5·18 특별법이 제정되고 전두환 전 대통령 구속으로 이어진 것을 떠올리게 한다.

 

◆“진실 은폐·왜곡 공작의 실상까지 모두 규명돼야”

 

문 대통령은 5·18 40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MBC 특별기획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 출연해 “발포 명령자가 누구였는지, 발포에 대한 법적인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이런 부분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 학살 피해자들을 찾아내는 일, 헬기 사격까지 하게 된 경위, 대대적으로 이뤄진 진실 은폐·왜곡 공작의 실상까지 모두 규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광주MBC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다만 공소시효 등 문제로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안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 듯 “그 규명의 목적은 책임자를 가려내 꼭 법적인 처벌을 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진실의 토대 위에서 진정으로 화해하고 통합의 길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향후 개헌 시 헌법 전문에 5·18이 담겨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이념만큼은 우리가 지향하고 계승해야 할 하나의 민주 이념”이라며 “우리 헌법에 담아야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헌이 논의된다면 헌법 전문에서 그 취지가 반드시 되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위 활동 탄력… 폄훼·왜곡에도 강력 대응

 

이처럼 문 대통령이 5·18 당시 발포 명령자 등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거듭 밝힘에 따라 5·18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12일 활동을 시작했다.

 

방송에서 문 대통령은 “진상조사위 활동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법적 규정됐음에도 왜곡·폄훼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YS정부 시절인 1995년 5·18 특별법 제정과 그에 따른 전두환 전 대통령 구속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YS는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표현을 써가며 5·18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검찰이 1차로 수사에 나섰으나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들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자 국민들 사이에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직후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서 추도사를 하는 모습.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이름 아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특별법 제정으로 공소시효 등 문제를 건너뛸 수 있게 된 검찰은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중심으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전·노 두 전직 대통령과 기타 12·12 쿠데타 및 5·18 사건 가담자들을 대거 수사해 구속기소했다.

 

◆5월 광주시민 향한 ‘부채의식’ 토로한 문 대통령

 

한편 문 대통령이 5·18 40주년을 맞아 당시 대학생으로서 광주시민을 위해 아무런 한 일이 없다는 점에 대한 ‘죄책감’을 고백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경희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1970년대 반(反)유신투쟁에 참가한 혐의로 구속돼 학교에서 제적됐다가 육군 특전사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1980년 복학했다. 그 뒤에도 반독재 민주화 요구 시위에 가담했다가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령이 확대되자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됐다. 즉, 문 대통령은 5·18 당시 서울의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었던 셈이다.

광주에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 모습. 연합뉴스

방송에서 문 대통령은 “청량리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던 중 저를 조사하던 경찰관으로부터 광주시민이 사상을 당한 사실을 들었다”며 “광주 바깥의 민주화운동 세력 모두 죄책감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5·18 하면 생각나는 인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19)80년대 이후 부산지역 민주화운동은 광주를 알리는 것이었다”며 “(19)87년에는 노무현 변호사와 제가 주동이 돼 5·18 광주 비디오 관람회를 가졌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