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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집행 ‘깜깜이 관리’… 행안부 지원단체 중 우수 평가 16%뿐 [심층기획-시민단체 부실회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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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비영리 민간단체 220곳 평가 / 불특정 사업 수혜자 확보 계획 되풀이 / 사업비 집행 내역 제때 등록 4곳 그쳐 / 정의연·정대협, 모두 ‘위안부 지원’ 받아 / 다른 단체·사업명으로 중복 지급 빈번 / 전담기관 신설통해 사업 체계적 관리 / 대표협회에 지원 선별 책임 부여 필요

2008년 설립돼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동해 온 한 시민단체. 이 단체는 ‘재가요양보호사의 돌봄 어르신 치매예방 능력 함양’ 명목으로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2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하지만 애초 5회 예정했던 강연은 한 차례에 그쳤고, 그마저 사업비를 제대로 정산하지도 않았다. 잦은 실무인력 교체와 내부의 민사소송 등의 문제였다.

행안부는 지난해 행안부 공익활동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229개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외부 평가에서 해당 시민단체가 “보조금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업 운용 등이 부실해 중간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서다. 이 단체는 지난해 2차 보조금(지원금의 30%)을 받지 못한 데 이어 올해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제때 집행 등록한 ‘우수’ 시민단체 200곳 중 4곳에 불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기부금·보조금에 대한 방만한 사업 집행과 부실한 회계 관리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시민단체들도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는 대부분 비영리 민간단체는 피상적인 사업 수혜자 확보 계획 등 주먹구구식 사업 운영과 사업비 집행 증빙 서류 늑장 등록 등 보조금 부실 회계 등의 지적을 받았다.

18일 행안부의 ‘2019년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행안부로부터 약 71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220개 시민단체(중도 탈락 단체 미포함) 가운데 사업·회계 분야 22개 항목을 합친 종합평가에서 100점 만점 중 90점 이상을 받은 ‘우수’등급 평가 단체는 35곳(16%)에 불과했다. ‘보통’(60∼90점)은 182곳, ‘미흡’(60점 미만)은 3곳이었다.

정부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등에 따라 해마다 소규모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부처·지자체 등록 비영리민간단체는 해마다 300∼500곳씩 늘어 2020년 1분기 기준으로 1만4700곳이 넘는다. 등록 단체는 행안부 269곳, 보건복지부 198곳, 문화체육관광부 177곳 등 35개 중앙부처에 1692곳이 있고, 17개 시·도에선 경기 2317곳, 서울 2248곳 등 1만3058곳 등록해 있다.

정부는 이들 단체 중 일부를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한 곳당 500만∼7000만원씩을 지급한다. 행안부의 올해 지원 규모는 72억원, 서울시는 22억6000만원, 경기도는 12억5000만원이다. 종합평가 결과 우수 단체에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익사업선정위원회의 다음 연도 보조금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서 가점을 주고, 미흡 단체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다. 행안부의 경우 ‘미흡’ 단체는 2017년 1곳, 2018년 7곳이었다.

민간 컨설팅회사가 작성해 제출한 행안부 보조금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에선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들의 방만한 사업운영이 주로 지적됐다. 사업평가에서 ‘우수’ 등급은 17곳에 불과한 반면 ‘미흡’ 판정 단체는 5곳이었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단체들이 대상자(수혜자) 확보 노력 및 방법, 선정기준에 대한 평가가 다소 미흡하다”며 “(사업 집행을 위한) 회의내용을 순차적으로 정리한 회의록을 구비하고 있는 단체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회계평가는 사업평가보다는 나았지만 개선해야 할 대목이 상당했다. 지난해 보조금 지원사업 회계평가 결과 60점 미만의 ‘미흡’ 등급 단체는 6곳이었다. 지난해 행안부로부터 2300만원을 지원받은 한 단체는 “사업 대상자 수준에 맞는 난도의 콘텐츠를 기획했다고 보기 어렵고, 사업 평가 과정에 필요한 다수의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고서는 “사업비 집행 내역을 제때 등록한 단체가 200곳 중 4곳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전담기관·대표협회 통해 보조금 선정·집행·평가 맡겨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지행연) 등에 따르면 각 기관의 보조금 지급 단체 선정이나 사업 집행·정산 단계에서 상당한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보조금은 원칙적으로 중복 지급할 수 없다. 하지만 부처·지자체별로 보조금 신청 시민단체 현황이 공유되지 않다보니 다른 단체·사업 명으로 중복해 지급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행연은 “한 단체가 지역사업과 전국사업에 동시 신청할 경우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논란이 거센 정의연도 그랬다. 정의연은 올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건강치료 및 맞춤형 지원’ 명목으로 여성가족부로부터 5억15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데 이어 사실상 같은 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이름으로 여성부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지원’금 5000만원을 추가 지원받았다. 정대협은 동북아역사재단(교육부 출연기관)으로부터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사업 명목으로 3500만원을 지원 받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이제원 기자

정대협은 한 지자체에서 경상보조금 및 성평등기금을 동시에 지원받기도 했다. 정대협은 올해 서울시로부터 ‘잊혀진 기억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 때’ 사업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운동 30년사 전시’ 명목으로 각각 1200만원(보조금), 3000만원(기금 공모)을 지원받았다.

전문가들은 재정 측면에서 열악한 시민단체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방만한 사업운영이나 부실 회계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체계 및 제도개선’ 연구보고서에서 “지원사업 담당 공무원이 1∼3명 정도이고 대개 기타 민간협력 업무 등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체계적 관리를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뢰성 있는 정책평가 연구기관을 활용해 공익성 테스트와 같은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비영리민간단체협회와 같은 단체가 선별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민섭·김유나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