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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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보다 싼 집 22만호… 지자체 담당 부서별 ‘고무줄’ 산정 탓

부동산 가격공시제 ‘엉터리’ / 개별공시가, 개별주택가격 ‘역전’ / 전국 단독주택 중 5.9%에 해당 / 부서마다 고저·도로접면 등 특성 / 같은 땅에 토지용도 달리 적용 / 표본수 적고 검증과정도 부실 / “공시비율 폐지 등 점진적 개선”

지방자치단체의 ‘칸막이 행정’ 탓에 전국 단독주택 22만8000호의 개별주택가격(토지+주택)이 개별공시지가(토지)보다 낮게 책정되는 불합리한 산정이 이뤄진 것으로 19일 나타났다.

감사원이 공개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단독주택의 약 5.9%인 22만8475호의 개별주택가격은 개별공시지가보다 오히려 낮았다. 땅값과 주택 가격을 합한 금액이 땅값보다 낮아지는 가격 역전의 주요 원인으로 감사원은 지자체 내 토지와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부서가 달라 동일한 토지인데도 토지용도 등의 특성을 각각 다르게 적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일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급매 등을 포함한 아파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가격을 담당하는 부서가 달라 같은 토지에 대해 고저·도로접면 등 특성을 다르게 적용한 경우도 전체의 37%(144만여건)에 달했다. 각 부서마다 동일한 토지에 대해 특성을 다르게 적용해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가격의 가격배율 격차가 10% 이상 초과한 경우도 144만여건 중 30만여건(20.9%)으로 나타났다.

또 용도지역 정보가 탑재된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KRAS)이 지자체의 산정 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아 전국 토지(약 3300만 필지) 중 12만1616필지(0.36%)와 개별주택(약 390만호) 가운데 6698호(0.17%)의 용도지역 정보가 시스템마다 달랐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토교통부는 관련 지침에 이를 비교·확인하는 절차를 담지 않았다.

표준부동산 표본(토지 50만 필지·주택 22만호)도 적정 수준보다 적고 용도지역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공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은 “표준부동산 표본 수를 늘리거나 현재 규모를 유지하더라도 용도지역을 제대로 반영해 대도시·주거지의 표준부동산 규모는 줄이고 비도시나 자연지역은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국토교통부는 감사 지적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추가로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특성조사, 공부 등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개별공시가격 산정시스템 간 연계 강화 등을 통해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올해 안에 GIS를 활용해 특성조사 내용을 확인하고, 불일치 사항은 시·군·구별로 현장확인 등의 과정을 거쳐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국토부는 개별주택 부속 토지의 공시가격이 개별주택 공시가격보다 비싼 역전현상은 그동안 주택공시가격에 적용해 온 공시비율로 인해 발생했던 것으로, 올해 공시가격부터 공시비율 적용을 폐지해 점진적으로 개선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역전현상을 한 번에 개선할 경우 주택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는 문제가 있어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내놨으며, 올해 개별공시가격 조사·산정에 이미 적용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감사에서 지적된 지난해 개별공시가격의 미흡 사항은 각 지자체에 통보해 공시가격의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고, 정정이 필요할 경우에는 부동산공시법령에 따라 조치하도록 지원·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형창·나기천 기자 calling@segye.com